『도어』서보머그더, 김보국 옮김, 프시케의 숲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 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빗자루 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떤 슬로건을 내걸든, 어떤 깃발 아래에서 국경일 행사를 하든 그들은 모두 똑같았다. p154
이미 매일 병원에 들르지는 않았다. 시간도 없었거니와 매일 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처음에는 여러 문제들과 생각들로부터 달아나고자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창조는 지식의 은혜로운 결과일 뿐이기에 그것이 제대로 되려면 그 많은 모든 것을 갖추어야 했다. 흥분과 평온함, 내부적인 고요와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 긴장된 감정들이 있어야 했지만, 내게는 그런 요소들이 부족했다. 에메렌츠가 머리에 떠오르면 평온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 대신 내 마음 한편에 당황스러운 혼동과 쉬이 지나쳐가지 않는 부끄러움이 들었다.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