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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02. 2021

공항철도

최영미 시집



후루룩. 앉은자리에서 시집 한 권을 통째 읽기는 처음이다.


시집을 펼칠 때는 한두 편만 읽고 덮을 예정이었다. 그간 난해해서 가로 세로로 돌려서 읽은 시집이 얼마나 많았는가. 대체로 시인이란 작자들은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최영미 시인의 시집, 『공항철도』를 뚝딱 다 읽고 말았다.


시가 쉬웠을까?

그녀를 조금 알아서일까?

그녀만큼 살아서일까?

읽기 전에 잔 토막 낮잠이 잡다한 머리를 청소해서 일까?


무엇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단숨에 내게 들어왔던 시 몇 편이 시집 뒤편 발문을 쓴 요조에게도 그랬다는 게 신기하다.


시집을 덮은 후 표지 뒤편에 실린 고종석 님의 추천사를 읽는다.

"정치 시인, 알게 모르게."


다. 하지만, 선택, 만남, 삶, 가족. 비루한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는 일상에 정치 아닌 게 또 어디 있을까. 시인은 연애시도 많다고 강변한다.


'번개처럼 튀어나오는 말'

적어서 남기면 시가 되고, 산문이 된다.

책의 제목도 되고.



마음의 양식?
착한 사람은 마음에 양식이 필요하지 않아요. 욕심 많은 사람에겐 마음에도 양식이 필요하지요.

p58 순수한 독서



너무 솔직하게는 쓸 수 없다고 시인은 고백하지만.



더 슬픈 기억은. 따로 있다만, 쓰지 못한다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망가뜨릴 것이다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는
시가 대체 뭐란 말인가

p85 불면의 이유



표지 나달 나달 하도록 들고 다니며,

이따금 꺼내 아무 쪽이나 펼치면

시인의 고백이 마치 거울 속 '나' 같지 않을까.


달걀 세 개 반 무게의 시집을 꼭꼭 씹으면

가슴의 체증이 가라앉기도,

내 허위와 위선의 껍질이 한 겹 벗겨지기라도 할까.


조금 맑아지려나…

얼굴이 달아오른다.


#공항철도, 최영미 시집, 이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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