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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13. 2021

스테이크 좀 먹이시라!

군대의 사기는 장병들에게서 나온다.



1970년대 중반 대구에 있는 '캠프핸리'라 불리는 미군부대 식당에 초대받아간 적이 있다.

친구 아버지가 미군부대 군무원이었는데, 담임 선생님을 초대해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했다. 친구는 선생님만 초대하기 그렇다면서 반 친구 대여섯 명을 함께 불렀는데, 나도 거기에 끼였다.

키 크고 건장한 군인들이 좌우로  드나드는 식당에 앉아 있노라니 은근히 위축이 됐다. 얼마 후 우리가 앉은 식탁에 스테이크와 샐러드가 나왔다. 오래전 일이라 뷔페식으로 갖다 먹었는지 차려줬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이전에 그렇게 두껍고 고기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 두껍고 맛있는 거의 3센티미터 두께의 스테이크를 먹은 적이 없었다. 시원하고 상큼한 야채가 큰 접시에 한가득 담겨 내 앞에 놓였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미국이란 나라는 자국 군인들을 이렇게 대우하는구나.'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 인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에게 나라가 주는 최상의 대우.

한국 군인 한 끼 식사 비용이 2930원, 하루 비용이 8790원이라 한다. 밥과 짠지 조각 굴러다니는 식판 사진은 충격이었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2021년 한 해 국방예산이 52조 원인 나라다.

SNS에 이에 비하면 우리 애가 먹는 학교 급식은 상전이라는 말과 함께 여러 급식 사진이 올라왔다. 좋아 보였다. 서울 초등학교 한 끼 급식 단가는 2880원이고, 고등학생은 3625원이다. 가격이 비슷한데 장병 식단은 왜 이럴까? 

장병들의 급식 사진을 보면서 나는 50년 전 내가 맛본 미군부대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떠올렸다. 오늘날 그 정도의 식사를 식당에서 먹으려면 대략 5만 원 정도는 지불해야 되리라.

요즘 미국이란 나라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나는 미국의 기저에 깔린 이런 힘을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강대국이 강대국인 건 다 이유가 있다.

올해 책정된 나라의 성인지 예산이 35조 원이다. 현역 군인의 처우에 활용되는 전력 운영비 예산과 맞먹는다. 어느 분야이든 국민의 지갑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은 잘 쓰여야 하고, 그 재정의 투명성을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는 결코 선진국도 강대국도 될 수 없다. 군대 예산도 마찬가지다. 맨 아래 구석구석 장병들에게 가야 할 돈이 제대로 흘러가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대의 사기는 장병들에게서 나오지 않나? 


애먼 곳에 돈 쓰지 말고 한창 영양이 필요한 장병들에게 스테이크 좀 먹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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