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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Sep 22. 2021

추석 전 오일장

행복의 다양한 스펙트럼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오일장에 동태포를 뜨러 갔다.

추석 전 마지막 장에 가면 생선 전 앞에 기다리는 줄이 길어서 미리 왔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동태포는 냉동으로 포장된 걸 사기보다 이렇게 바로 떠주는 게 맛있다. 전감으로 두 마리를 사면 아주머니가 찌개용으로 바지락과 미더덕을 덤으로 얹어준다. 이곳은 부부가 함께 일하는 생선전이다.


칼질하는 도마 앞에서 서성댔더니 아저씨가 손으로 옆에 놓인 간이 의자를 가리켰다. 하릴없는 나는  앉아서 건너편 가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맞은편 곡식 가게의 돈통이 눈에 들어왔다. 추석 장의 곡식 가게는 인기가 없나 보다. 상인은 내 옆에 앉아서 늘어놓은 곡식 봉지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생선전, 야채가게와 건어물 전이 사람들로 붐볐다.


말쑥하게 생긴 젊은 청년이 동태 포 뜨는 걸 거들고 있었다.

"아드님?"

조심스레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사위."

눈이 상그레 웃었다.

나는 청년의 구두에 눈길이 갔다. 반짝거렸다. 대견한데 걱정스러웠다. 칼질이 쉽지 않은데….


이 생선전은 내가 사는 지역 따라 옮겨왔다. 처음에는 부부가 트럭으로 이동하며 생선을 팔았다. 어느 틈에 아이들이 자랐고, 사위도 생겼다. 눈여겨보니 아주머니 맞은편에 서 있는 아가씨가 보였다. 딸이다.


"우리가 만난 지 꽤 오래되었죠?"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그녀는 묵직한 칼로 동태 머리를 내려치다가 칼을 내려놓고 잠시 무언가를 곰곰 생각했다.

"삼십 이년, 아니 삼십삼 년 되었네요. 그때 이 일을 시작했는데."


불쑥 나는 약간의 분노 비슷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삼십 년 넘게 부부가 이 일을 했으면 지금쯤 어디에 남들 보기에 번듯한 가게 하나쯤 장만했어야 할 것 아닌가. 좀 더 편안하게 일하면서 점심시간에는 가게 안에서 제대로 된 밥도 먹고 차도 마셔야 할 것 아닌가. 좀 전에 그녀는 두 칸 건너 건어물 전에서 아주머니들과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지나가며 나는 그녀가 찬 통 뚜껑을 여닫는 걸 봤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내 기준일지 모른다.


성취란 무엇일까?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

삼십 년간 부부는 장을 돌아다니며 땀 흘려 일했다. 그 결실은 번듯한 가게가 아니라 명절을 맞아 바쁜 엄마를 거들어주려고 나와서 비닐 봉지를 들고 서 있는 참한 딸이며,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돈통에서 거스름 돈을 꺼내 주는 잘 생긴 사위인지 모른다.

행복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기준을,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지 게 행복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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