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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Aug 07. 2020

감정 정리 연습

나도 샤이닝이 된 걸까?


얼마 전에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닥터 슬립’을 봤다.

그러고 나니, 이전의 영화 '샤이닝'도 봐야 했다. 두 영화를 연이어 보고 나니 요즘 부쩍 상대의 마음이 잘 보이는 게 예사롭지 않게 여겨졌다.


독서,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다. 구성원이 네 명인데, 아직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작년에 문화센터에서 잠깐 같이 수업을 했기에 서로에 대해 좋은 느낌만 갖고 있다.


이 번 주엔 한 친구가 딸이 정성스레 구운 비스킷을 가지고 왔다. 우린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조해진의 ‘빛의 호위’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한 친구가 써온 단편을 합평하기도 했다.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미투’에 대해서도 편안하게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런 류의 대화를 나눌 친구를 찾긴 어렵다. 친한 사이여도 책이나 시사 이야기를 잘못 꺼내면 잘난 척한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어서 우린 즐거웠고, 자연스레 허물이 없어져 말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하니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무심코 내가 한 말.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고개 숙인 모습.


계속 우린 이어서 말을 주고받았지만,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었지만, 상대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말이라면 나의 잘못이다. 아직 우린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다음날 나는 그녀에게 개인 톡을 보냈다. 혹시 마음 상하지 않았냐고, 만일 그렇다면 그건 나의 본의가 아니니 마음 상하지 마시라고. 잠시 후 그녀는 깔깔깔 웃으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문을 보냈다.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그럼 다행이라고 문자를 끝냈다. 그러고 나니 마음에 아무런 앙금이 남지 않았다.


그래, 다음 만날 때는 아무리 편한 자리라도 조금 조심해야지, 결심했다.

사실 내 마음보다는 상대 마음에 혹시 가라앉아 있을지 모를 앙금을 털어내는 게 더 중요했다.


낮에 다른 모임이 있었다.

우연히 함께 여행을 다녀온 후 친해졌는데, 오늘도 약속 정해서 만나는 게 무척 힘이 들었다. 며칠 전, 약속 정하느라 하루 종일 카톡을 해야만 했다. 날씨가 기복이 심하고 코로나 문제도 있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가 연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돈 관리를 맡은 탓에 날짜 잡고 식당 정하고 할 때마다 여러 명의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실컷 정해놓으면 딴지 거는 경우도 있어서 나도 모르게 욱! 하기도 다. 설왕설래하다가 겨우 정리되어서 오늘 낮에 만났다. 어떤 결정을 할 때 계속 힘들게 하는 건 나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다. 문자로 말하니 서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일단 정해지면 누구 말이 옳고 그르고 지난 일을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


우린 즐겁게 잘 놀았다. 헤어질 때 한 애가 말을 꺼냈고, 나는 마음이 상했다.

참으려고 했는데 잘 참아지지 않았다. 문자를 대여섯 번 번 썼다가 지웠다. 그리고 결국 썼다. 해결하고 넘어가야 다음번 만날 때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미안하다, 고맙다 자주 말하는 친구보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는 친구가 더 좋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별 것도 아닌 걸 왜 이렇게 못 참았을까,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지난달에도 그 친구에게 무슨 소리를 듣고 불편했던 생각이 났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당황스러웠던 느낌이 기억났다. 연이어 두 번을 당했으니, 나로선 이 모임을 지속하려면 이 일을 해결해야 했다.


다음에 만났을 때 그녀가 이 문제를 꺼내면 나는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뭔가가 그녀 안에 있었다. 그녀가 그 마음을 직시하고 인정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음에 만났을 때도 오늘의 상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거북하거나 불편한  마음은 가능한 한 빨리빨리 씻어 버리려 한다. 좋지도 않은 거 오래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


진짜 나는 샤이닝이 된 걸까?

요즈음 상대의 마음이 너무 잘 보여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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