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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 atto broony Mar 25. 2022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환상이 클수록 힘들다. 결국 똑같은 '일'이다.




과학자, 기술 창업 그리고 스타트업. 출처는 하단 표기, 대부분 핀터레스트



어린 시절, 당초 과학자(사실 뭉뚱그려 '과학자'라는 직업은 없다.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직업을 아우르는 말이다.)가 되겠다던 마음은 아마도 '연구'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 했던 말일지 모른다. 각설하고, 20대 초중반 무렵, 군에서는 조금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마도 당시, 연일 이어지는 애플 제품의 칭송과 소위 FANG이라 불리는 첨단 기업들의 상승세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연등 때마다 'market 4.0', '스티브 잡스'등 관련 서적을 늦게까지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중 당시 가장 큰 트렌드로는 슘페터의 '파괴적 혁신'이나 기업의 사회환원적 활동(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넘어선 사회와 상생하는 모델 구축(CSV, Corporate Social Value)이었다. 그래서 그 관심을 바탕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적정기술 등에 관심을 가졌다.






스타트업 전체 조직은 마치 '백조' 같다. (사진은 오리지만...)



짧고 부족한 경험이지만, 사회적 기업 관련 투자를 받아 작은 팀을 운영하고 그 연장선에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정말 창업하고서 겪는 현실은 신문이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환상의 스타트업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만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내가 겪은 경험은 화려한 스타트업에 합류한 화려한 사람이 아니라 정말 바닥부터 시작한 평범한 사람의 스타트업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한 것이니 이해해줘라...) 여기서 환상이라 함은 아주 멋지고 널찍한 사무실, 몇 백억 대의 투자, 모델과 같은 외모를 가진 해외 유수의 명문대 출신 대표와 중역들이 이끄는 팀원 각각이 프로이고 아이디어도 완전한 팀을 말한다.


우선 완벽한 스타트업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사실, 완벽한 체제와 구성을 갖춘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면 단언컨대 당신에게는 대기업이나 전문직이 맞다. 스타트업에게 있어 문제는 하나 혹은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인력 구성과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인데, 노동자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자금력만 놓고 본다면 사실 굳이 스타트업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그것이 가진 비전에 합류한다는 명분이나 스톡옵션과 같은 실익이 동반되는 것이 대다수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너무 현실적인 경우(사실 현실적이나 확률적으로 접근하면 스타트업을 하는 것 자체가 손해다.)에는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는 기존 기업이나 대기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반면, 비전만 제시하고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실현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한 경우, 그건 투자자에게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거나 당장의 투자금을 환수하기 어려워 보여 투자도 받지 못한 채 아이디어를 피우지도 못한 경우도 있다(실제로 그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의 여부와는 무관하다). 스타트업을 구성하는 약 2~3가지 대분류로도 이 정도인데, 법률부터 인사 노무 기술적 부분까지 모두 포괄해 완벽한 스타트업은 없고,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바쁘게 일하는 스타트업만 있을 뿐이다.


같은 의미에서 내가 본 스타트업계는 '백조'였다. 겉으로는 각 기업의 대표들이 미디어에 나와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는 듯 인터뷰를 하거나 시리즈 A, 시리즈 B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지만, 뒤에서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노력하고 끊임없이 일한다. 일을 하는 방법도 통상의 것과 조금은 상이한데, 보통은 오랜 기간 쌓아온 완벽하게 정비된 체제 안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닥친 문제의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대처하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때문에, 어떤 일에 있어서 자신이 속한 기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건의하고 그때그때 닥친 문제를 최선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일 잘하는 '정예'들이 필요하고, 자신의 일에 있어서 사수는 있을 수 없다. (사내에서도 특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겪어본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신규 사업일수록 정보를 직접 얻고 발품을 팔아가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한편, 내가 본 스타트업계는 마치 연예계와 같았다. 그 꿈을 꾸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더 큰 꿈을 위해 당장의 기회비용을 포기한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몇몇 기업들이 있다. 사실 대부분의 지원사업에 가면, 만났던 메이저 팀들을 또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연예계라고 표현한 이유는 물론 스타트업의 성공 자체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되고, 학력이나 기존의 업력이 영향을 끼치는 것도 없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끝까지 살아남는 팀들의 공통점은 적어도 '그들과 팀의 능력 그 자체'에 있어 보인다. (실력 없이 화려한 팀은 결국 지속성이 없어 어느 순간 지고, 조용히 강한 팀은 끝까지 밀어붙여 적어도 끝까지 살아남더라.)  








작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소한 법률문제나 특허 문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작은 법률상 문제나 이슈도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큰 광풍이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사업군 가운데서도 특정 중, 소규모 사업군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에서 법령 개정에 따른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시장 기회의 축소는 그야말로 새로운 회사의 시작이자, 기존 회사의 폐업 위기이다. 소셜벤처는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민감하기 때문에 더욱 이슈에 민감하다.


대부분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회사를 만들어 갈 때 너무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비전이나 미래도 없이 시작하는 것은 시작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러나 그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없이 무언가를 너무 낙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근사한 계획이라도 하루 아침에 백지가 될 수 있기에. 이루고자 하는 바 대표의 비전은 크고 명확하되, 그를 이루어가는 방법은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은 그 의미만 다를 뿐 과거의 벤처 기업, 다소 시니컬하게 표현하자면 비전 있는 중소기업과 같은 의미이라고 본다. 벤처 기업과 같다고 한 것은 그것이 기술 중심의 폭발적인 성장을 염두해 두기 때문이고, 90~00년대 벤처 붐 때의 이미지가 현대에 와서 결국 다시 브랜딩 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전 있는 중소기업이라는 것은 내부 구성원이나 일을 하는 방식, 조직의 젊은 정도의 면에서는 다르지만 전체 산업계의 '규모'면에서는 작은 조직이 살아남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트업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다. 오히려 너무 사랑하고 그들을 이끌어가는 대표나 그 구성원들을 진정 존경하기에 더 많은 관심이 있고, 그렇기에 과도한 장밋빛 미래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보다 그 명암을 확실하게 알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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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25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참고자료 및 그림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288300813653876196/

https://www.pinterest.co.kr/pin/AbgO7bCTUL6s4j60Wu6p_PiQdsvYbENq-oylVUv7jMrrese71Iaia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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