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attobroone Mar 26. 2022

내가 하려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혁신기업을 만들고 싶던 A 씨가 이도 저도 아닌 게 된 사연


이런저런 의견이 과도하게 섞이다 보면 비빔밥이 되기 십상이다. 맛만 있다면 그만이겠지만...


"내가 하려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회사원 A 씨는 개발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이었다. 그는 퇴근 후나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어 코딩 공부를 하기도 하고, 입문서를 구입해 혼자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하고 코드를 짜보며 시간을 보냈다. 몇 달간 고심하며 하다 보니,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API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대학생 시절에 동아리 회장을 하던 경험을 살려 작게 프로젝트를 해보고, 좋은 기회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개인 사업을 하고자 하는 작은 꿈이 생겼다. 소위 혁신 기업이라는 대단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큰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A 씨는 투자기관에서 투자를 받기로 했다. 정부를 비롯한 사조직에서도 크고 작은 지원사업이 많았고, 대략적 서비스 방향을 잡은 후에 사업계획서 쓰는 방법을 배워 크고 작은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작은 하나의 지원사업에서 연락이 왔고, PT를 거쳐 최종 사업팀에 선정되었다. 사무실과 몇 백만 원의 지원금, 전문가 멘토링을 붙여주는 해당 지원사업은 유명하진 않았지만 A 씨에겐 유일한 투자처였으니 만큼 이번 기회에 더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더 큰 지원사업과 사업 성공의 발판으로 만드려 했다.


투자기관에서는 창업팀에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크고 작은 서류 작업부터 지원기관에서 제공하는 공공교육까지... A 씨는 B 씨와 C 씨와 함께 창업했으나 B, C 씨는 생계가 있었기에 사업에 뛰어들기에는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반 정도만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주동자인 A 씨가 대부분의 서류를 작성했다. 설상가상 멘토링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고, 자료조사와 추가 사업계획서 개선을 요구했다. 협약 기간 만료 시까지 매출과는 무관하게 법인화를 해, 3명 분의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을 기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실, A 씨가 처음에 만들고자 한 것은 작게 커뮤니티나 동호회에서 사용이 가능한 정도인 서비스였다. 우선, 자신이 생각한 서비스의 원본이 사람들에게 반응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크고 작은 서류 작업에 원래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시간은 거의 다 소모되었고, 주관기관의 멘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을 주장했다. 초기 비스니스 모델은 다양한 사업계획서를 거친 후에는 원래 하고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B, C 씨는 협약 기간이 만료될 때쯤 먼저 발을 뺐고, A 씨는 협약기간 만료 후에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은 홈페이지 제작, 몇몇 시제품, 서버 비용과 리스 비용 등을 제외하고는 유령뿐인 법인과 함께 몇 년 뒤 폐업했다.







직장인의 필수 음료, 커피



D 씨는 커피를 좋아했다. 그는 하루에도 3잔씩 커피를 마시곤 했다. 개성 있는 개인 카페의 외관을 구경하며 카페 다니기를 좋아했고, 원두의 종류를 잘 알고 있어 각각의 맛을 비교할 줄 알았다. 그러던 중,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젊은 엄마들이나 젊은 여성들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맛있는 커피의 맛을 공유하고 그들에게 너무 쓰지 않은 적당한 맛을 가진 커피를 알려주고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먼저 그는 작은 카페를 만들어 꾸준히 게시글을 올리면서, 인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신이 추천하는 원두와 디카페인 커피 만드는 방법이나 기존 커피에서 카페인을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그는 작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창업을 통해서 그 꿈을 이루고 싶었다.


여러 지원사업에 도전했다. 물론 그가 만들고자 하는 회사는 소위 '혁신기업'이나 화려한 '테크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확실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고, 카페 오프라인 정모에서도 그의 커피나 원두 추천은 화제였기에 자신이 있었다. 혁신기업 지원사업은 떨어졌지만, 식음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인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디카페인 커피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매출을 바탕으로 인력을 뽑아 지원사업의 서류를 처리했고, 할 일이 확실하게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화 비용에 지원사업 금액을 추가하여 사용하였다.


다양한 지원사업에서는 차별화 질문이 많았다. 그는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기존 기업들을 상대로 차별화 전략을 만들어놓고 진입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의 사업은 커뮤니티 기반이었기에 구역 내 아파트 부녀회나 인근 카페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쳤고, 새로운 커피 고객을 발굴하고 충성고객을 유치하는데 큰 힘을 기울였다. 결과는 매출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그의 성공 여부는 모르지만 그는 적어도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고 단순하게, 당신은 투자 기관을 위해 창업한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완고해야 한다.



반드시 첫 번째 사례는 잘못된 창업이고, 두 번째 사례는 잘된 창업일까? 개인적으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그 이유를 짚어보자.


우선, 외부 기관에서 돈을 받고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는 경우를 살펴보자. 돈을 받게 되면 해당 기관의 입김이 팀 내에 거세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기관의 입김이 과도해, 팀의 주요 목적이나 대표의 비전을 건드리게 되면 그것은 팀의 입장에서는 주의해야 할 문제이다.


왜냐하면, 자칫 잘못하다가는 비전이나 사업성은 둘째 치더라도 팀의 존재 이유와 대표의 의지 자체를 저하하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기업에서 대표가 팀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절대적이다. 결국 그를 구심점으로 뭉친 팀이 분명할 것이기에 대표가 없어지면, 초기 창업팀은 해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대표 스스로도 그것이 의지를 저하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적어도 초기 본인이 생각한 서비스를 최소 단위까지 구현해 내어,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는 단계까지는 간 후에 그에 맞춰서 모델을 변경하는 것이 올바르다.


내가 생각할 때 초기 기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팀 내 정치'다. 초기 기업은 매우 작고 아이디어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실 언제 없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팀일 가능성이 높다. 또, 혁신창업 같은 경우에는 주요 팀 구성원들이 각자 능력이 뛰어나고 굳이 이 창업이 아니어도 괜찮아도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에는 한 번만 대회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사라지거나 각자 취업을 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치라고는 표현했지만 은근한 힘싸움으로 인한 팀 내 불화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에 작은 외력이나 외압, 혹은 대표의 부재나 비전의 위기가 오면 좋은 조건에 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거나 갈 수 있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취업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창업하면서 과도하게 학문적인 경영적 지식이나 방법론을 들먹이는 사람을 만나면 주의해야 한다(이제부터 이것을 '훈수'라고 하자). 대부분의 경우 창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를 가지는 사람은 그 대표와 팀원이다. 그리고 더 큰 리스크를 지는 것은 더 큰 권한이자, 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정당한 권원이다. 그런데, 외부적인 시선에서 그 팀에 조언을 건네는 것은 훨씬 쉽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결정되는 팀 내의 의사결정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조언은 받아들이는 것이 위험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대부분의 경영학적인 사례나 방법론은 그 당시 타 기업의 상황에서 최적의 방법이거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방법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팀 내의 자세한 사정을 분석하고 내놓은 해답이 아니거나 단순히 다른 기업의 문제 해결 사례만 대입해서 해결하려 하는 것은 굉장히 편하고 조언하기도 쉬운 방법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팀에 굉장히 위험한 방법이다.



전갈


'차별화 전략'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을 처음부터 구축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기존에 운영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마음먹고 자금력과 인력을 쏟아부어서 사업성 있는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과 시장점유를 꾀한다면, 어떤 스타트업들이 '차별화 전략'으로 맞설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차별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차별화라고 했을 때, 적절한 비유로 전갈이 생각이 난다. 차별화는 어떻게보면 다른 포식동물이나 침입자로부터 '나'(회사)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다. 회사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비스니스 모델이나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경우에는 필요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반드시 언젠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화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사실 '특허'는 작은 기업이 그들의 사업영역을 수비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을 비롯한 외부에서 사업 진입 전에 충분한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진입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초기에 작은 차별화 전략을 필두로 하되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사업을 운영하면서 계속해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차별화 전략을 구체적으로 다듬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차별화 전략을 요구할수록 나는 그것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100가지 회사가 있다면 그것이 창업하고 성공하는 방법은 100가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창업이 본질적으로 타 분야보다도 가장 '결과 지향적'이기에 그렇지 않은가 싶다. 작게는 제로섬게임에서 크게는 타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 기업으로서 거듭나는 방법은 각자 대표의 재량과 각 팀원의 재량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고, 때마다의 문제 해결 능력은 회사의 존폐에서 성공으로까지 결과로 나타나기에 창업기업의 성공에 이르는 방법이 모두 다른 것이 아닐까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답은 없으나 잘못하면 게임이 끝날 수 있는 오답은 반드시 피해가는 것이 성공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유사한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22/3/26

<내가 하려던 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참고자료 및 그림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50384089572261864/

https://www.pinterest.co.kr/pin/333266441184295166/

https://www.pinterest.co.kr/pin/624030092126165742/

https://www.pinterest.co.kr/pin/615093261611905431/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