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젊씨의 비문증 극복기
3주 전 일요일 저녁, 아내가 맛난 두부조림을 해서 행복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빨간 고춧가루 양념이 고루 밴 두부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음미라는 순간, 눈앞에 갑자기 시커먼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시야가 반쯤 가릴 정도의 그림자는 마치 시커먼 우주를 유영하는 유성 같았다. 언뜻 보면 갓 태어난 올챙이 같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리는 것일까? 눈 속에 뭐가 들어갔나? 앞머리를 손으로 치우고, 눈을 비벼봤는데도 올챙이는 사라지지 않고, 눈앞에서 더 빠른 속도로 헤엄쳤다. 직감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불안함~ 뭐지? 뭘까? 내 눈에 갑자기 나타난 이 녀석의 정체가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망쳤다. 불안함이 점점 공포로 옮겨가기 시작!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사이 아내가 눈에 넣는 식염수를 가져와 넣어봤지만 소용없었다. 아이스팩으로 냉찜질해보니 올챙이 크기만 작아질 뿐 여전히 눈 속을 헤집고 다녔다. 아내에게 네이버 검색을 부탁했다, 5분 정도 지나 아내가 비문증 같다며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한쪽 눈을 수건으로 가린 채 한쪽 눈으로 보니 비문증이 맞는 거 같았다.
눈이 불편해 자세히 읽지는 못했는데, 확실히 비문증이었다. 언뜻 본 ‘노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안과 질환 중의 하나’라는 문구가 가슴에 꽂혔다. 노화=늙음. 요즘 가장 싫어하는 말이자 제발 더디 오기를 그렇게 빌고 빌었건만. 올 건 오고야 마는구나!
아내에게 근처에서 괜찮은 안과 검색을 부탁하고, 불안과 공포, 떨림 속에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일찍 아내에게 알려준 안과 병원으로 향했다. 전날보다는 올챙이 수가 줄어들었고, 헤엄치는 속도도 느려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태어나서 생전 처음 방문한 안과 병원. 월요일이라 그런지 꽤 많은 환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제 나도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인가! 아직 난 50대 중반이란 말이야! 서글픔이 일순간에 확 밀려왔다.
접수하고 동공이 커지는 약을 넣고 간단한 검사 후 기다리기를 30여 분.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원장님 앞에 앉아 안과 기계로 검진을 시작했다. 눈에 검사용 렌즈를 삽입하고 들여다보던 원장님이 크게 한숨을 쉬셨다. 직감적으로 ‘뭐가 크게 잘못됐구나’라는 불안감이 엄습. 계속 검진하다 보니 그건 원장님의 습관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원장님의 친절한 설명. 비문증이 맞고, 망막이 손상이 원인으로 레이저 시술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근데 왼쪽 눈도 노화로 인해 망막이 불안전하다고 시술을 권하셨다. 양쪽 눈이 모두 그렇다는 말에 울 뻔했다. 나름 건강관리 한다고 한 나인데~
한 번에 양쪽 눈을 모두 하는 건 힘들다고 일주일 간격으로 하자고 하셔서 올챙이가 사는 오른쪽 눈부터 시술했다. 다시 산동제와 마취제를 점안 후 30여 분 후 본격적으로 시술 시작!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는데 저절로 손아귀에 힘이 한껏 들어갔다, 긴장감이 100배 상승! 손상 부위가 넓어 30분 넘게 진행된 시술. 너무 꽉 기계 손잡이를 잡고 있던 탓인지 시술이 끝나고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였다. 시술이 끝나고 주의 사항을 듣고,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진짜 만감이 교차했다. 늙어서, 눈의 기능들이 현격하기 떨어져서 생기는 질환이라는 원장님의 설명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벌써 이런 나이라니!!
우울하게 일주일을 보낸 후 다시 방문한 안과. 처음보다 긴장감은 덜 했지만 좋지 않은 기분은 여전했다. 산동제를 넣고 30여 분이 지난 뒤, 지난번 시술한 오른쪽 눈 점검 후 왼쪽 눈 시술. 이것도 한번 해봐서인지 긴장감도 덜하고, 덤덤하게 받았다. 지난 시술보다는 일찍 끝났다. 이번에는 약도 주지 않으시고, 잘 관리하라고만 하셨다.
하지만 왼쪽 눈의 올챙이는 이때까지도 떠나지 않았다. 원장님에게 물어보니 서서히 없어질 거라고만 하셨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 방문. 이상 없이 잘 됐다고 관리만 잘하면 비문증은 사라질 거라는 말씀에 일단 안심. 올챙이가 불편하긴 했지만 떠날 때까지 더불어 살아보자고 마음먹으니 또 뭐 그렇게 크게 불편하지 않은 듯했다.
올챙이는 내 눈 속에 사는 올챙이들은 매일매일 변신한다. 어떤 날은 아주 조그마한 점으로 보였다가, 어떤 날은 긴 꼬리를 단 유성처럼 보였다가, 어떤 날은 아예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요상 망측한 놈들이다. 이따금 무의식적으로 손을 저어 휘휘 쫓는 나를 발견하며 웃기도 한다. 이제 웃음까지 주는 놈들이 됐다. 이러다 너무 친해져 영영 나랑 같이 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설마 아니겠지!
짓궂은 여름 소나기처럼 느닷없이 찾아온 비문증. 50대라면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증상이라고 도움이 될까 간단하게 정리해 봤다. 우선 비문증은 질환이나 병이 아니라 증상이다. 50대 흔히 발생하는 증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흔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요즘은 30~40대에도 비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한 근시, 백내장 수술과 같은 수술 후, 눈 속에 출혈이나 염증과 같은 질환을 앓은 후에 일찍 나타나기도 한다.
비문증은 일반적으로 우리 눈 유리체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생리적 비문증과 안과 질환이나 외상으로 생길 수 있는 병적 비문증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생리적 비문증은 나이가 듦에 따라 젤 형태의 유리체 일부분이 수분과 섬유질로 분리되는 ‘유리체 액화’ 현상이 원인이다. 남은 젤 부분이 수축하게 되고, 섬유질이 밀도가 높아지면서 혼탁해져 망막에 그림자가 지게 된다. 이 그림자가 바로 올챙이, 유성, 날파리 등이 되어 우리 눈에 살게 되는 것이다.
병적 비문증은 여러 가지 눈질환 증상의 하나로 발생한다. 망막의 찢어짐 및 망막박리, 안구의 염증성 질환, 유리체 출혈, 안구의 외상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망막의 찢어짐이나 망막박리로 인해 비문증이 발생하면 번쩍거리는 광시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눈질환으로 인한 비문증이 의심되면 정밀한 눈 검사는 필수다. 내가 레이저 시술을 한 건 바로 망막의 찢어짐과 망막박리가 시작되고 있어서다.
비문증의 일반적으로 증상으로는 앞서 말한 대로 눈 속에 부유물질이 보이는 것으로, 형태는 날파리, 올챙이, 유성, 실오라기, 점 등 다양하다. 때론 눈을 감아도 보일 수 있고, 맑은 하늘이나 하얀 벽, 하얀 종이를 바라보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게 특징이다. 생리적 비문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하나, 병적 비문증은 치료해야 한다.
안구 진료가 꼭 필요한 경우는 떠다니는 물체의 수가 갑자기 증가하거나 광시증이 동반되어 없어지지 않는 경우, 시야 구석이 커튼이 쳐지는 경우, 시력이 떨어지거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등이다. 이는 대부분 안과 질환이 비문증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치료는 레이저 시술 및 수술적 요법이 있는데, 전문의와 충분한 논의 후 행하는 것이 좋다. 일상적인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시술이나 수술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시술이나 수술 후 망막열공, 망막출혈, 망막박리, 눈의 세균감염, 백내장, 녹내장 등 시력 상실을 일으킬 수 있는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망막이 일부 찢어지고 박리가 진행되고 있어 시술했고, 합병증이 의심되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일단 안심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니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관리받을 생각이다.
50대에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증상이고, 설마 나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이 글을 읽는 50대는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안과 검진을 받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