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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Aug 23. 2016

다시, 東京

여전하더군

1. 치바

치바 교외의 주택가 초입에 있던 술집들.. 櫻路(사쿠라 미치; 벗꽃길), 이름도 이쁘고 외관도 이뻤다. 술을 마시다가 자꾸 나가보았다.

옆의 술집은 간판에 '季'라고 써놓고 그 옆에 こよみ(曆; 달력)라고 작게 써놓았다. 말이 되지 않지만 우기면 말이 되는 건가. 술에 젖은 아저씨의 노래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2. 요꼬하마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 아유미 이시다가 부른 블루라이트 요코하마의 끈적한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3. 야스쿠니 신사

진보초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 근데 한번은 봐두어야 하지 않을까도 싶었다. 전쟁에 참전했던 군견들을 기리는 동상이 있고 그 밑엔 개사료도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정말 평화를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나라인줄 알겠다. 可笑.



특공용사의 상 옆에 설명을 보니 (일본어가 기초 수준도 안됨을 감안하고) 대충 한자만 읽어보건대, 대동아 전쟁중 미국 전함에 뛰어든 용맹함을 기리는 말들을 잔뜩 써놓았는데 얼핏봐도 오늘의 평화와 번영, 일본의 바탕, 지순숭고, 순국정신, 국민들의 추모.. 뭐 이런 말들이다. 반성은 커녕 그 덕분에 자기들이 번영을 누린다니.. 할 말이 없다. 번영 계속 누리시라.


4. 서점

신주쿠의 대형서점엘 갔다. 패전일(8/15)이 막 지나서였는지 전쟁관련 책들이 많았다. <전쟁 범죄국은 미국이었다>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다. 비슷한 책들이 많이 보였다.

철학서적 코너에 가보니 니체와 하이데거의 책이 보인다. 대체로 우리보다 전문적인 수준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동양철학 코너는 빈약해도 너무 빈약했다. 논어의 주자 주석서를 단 한권도 볼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점찍어 두었던 책들을 구매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하루끼의 책이 보이길래 한 권 집었다. 저 책들을 제대로 읽으려면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


5. 적군파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파출소 앞을 지나는데 수배자 명단이 있다. 무려 적군파를 아직도 수배중..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러쿵저러쿵 아직 이슈가 있는 모양이다.


 6. 그리고..

어떤 점이 맘에 드나 싶으면 어떤 점은 정말 싫은 나라, 규범화된 친절, 미로같은 지하철, 한국을 능가하는 외래어 천국, 안드로메다의 역사의식, 집요하고 소소한 미의식, 고령화, 영어에 질겁하는 사람들, 왠만하면 카드 계산안됨, 장난아닌 물가, 하루에도 수백번 듣는 '스미마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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