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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Oct 24. 2016

bar <Basement>에 대한 추억

이제는 없는 곳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3&aid=0003219040


톰 웨이츠를 언급한 제목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패러디한 삽화에 끌려 우연히 기사를 읽고는... 가슴에 긴 줄이 하나 그어졌다. 이런 인간이 또 있었구나, 알지 못하는 당신도 술과 음악, 담배(나는 끊었지만)로 혈관이 출렁이는구나, 당신도 사랑하는 술집을 잃었구나...


톰 웨이츠의 음악을 Y의 바에서 처음 들었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나. '김작가'의 말대로 사포로 갈아낸 듯한 음색, 삐딱한 중절모자, 지하 술집의 자욱한 담배연기, 노래가 끝나면 권총을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은 분위기...


신은 이미 죽었고 이 세상 그 어느 곳도 피할 곳이 없을 때, 나의 비명을 듣고 달려올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그래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술 마시는 일 밖에 없을 때, 그래서 술을 마실 때, 톰 웨이츠는 딱 그 장소, 바로 당신을 위해 신이 보낸 천사가 아닐까.


Y의 술집은 무덤이자 자궁이자 교회였다. 그러므로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Y는 저승사자이며 산파이며 사제였다. 죽음의 침묵과 탄생의 환희가 베이스먼트를 이끌었다. 나는 날마다 죽고 날마다 태어났다. 그 모든 의식들은 술과 음악으로 집전되었다.


베이스먼트에 가기위해 좁은 계단을 내려갈 때 맨 먼저 마주치는 메탈리카의 브로마이드는 이후 펼쳐질 디오니스의 향연을 짐작케했고 귀가하기 위해 다시 좁은 계단을 오를 때, 기압 차이로 늘 들리던 웅~ 하는 바람소리는 '당신은 지금부터 이승으로 나간다'는 경고음으로 들렸다.


10년 가까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좋은 친구들도 만났고 나쁜 친구들도 만났다. 혼자도 마셨고 여럿이서도 마셨다. 그 일들을 다 말할 수는 없다. 이제 그 시간들, 그 장소는 없다.


삶이란 무수한 떠나보냄으로 채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어느 부분은 딱 맞는 모양이 정해져있어서 다른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걸 단순히 알콜예찬의 한 형태라고 치부해버린다면 인생도 그저 '살다가 죽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먼지같은 행성에 달라붙어 먼지같이 살다가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게 '천문학적 진실'이겠으나 그건 톰 웨이츠의 음악과 술, 떠나간 것들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천문학적 진실은 이 우주적 먼지들의 술과 음악, 환희, 절망, 공허에 결코 관여하지 않는다.


그곳에 떠다니던 빛과 먼지들, 정체불명의 연기, 뒷모습들을 기억하며...



https://youtu.be/OAB4uGGqu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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