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읽어야 오해가 없어요
내가 보기에 그녀의 소신과 지난 삶은 정확히 일치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 정치인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그녀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러니 위 제목과 달리 내가 젠더의 차원에서 여성 대통령을 선택한건 아니다. 그 분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 믿음엔 변화가 없다.
욕을 하는건 쉽다. 하지만 이해하는건 어렵다.
북괴에 어머니를 잃고 측근에 아버지를 잃었다. 자신을 공주처럼 떠받들던 사람들은 싸늘히 등을 돌리고 아무도 손잡아 주지 않았다. 홀로 백척간두에 선 그녀의 마음속에는 배신, 복수, 나라를 지켜야 한다, 등등의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그녀의 삶은 전쟁이었다. 저 높은 곳에 우뚝서야 한다, 그래야 원수도 갚고 나라도 지킨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아버지가 피땀 흘려 일구다가 다 못 일군 나라 아닌가, 저 주인잃은 양(국민)들은 누가 지키나... 한발 한발 묵묵히, 당권을 쥐고 대권을 쥐고 결국엔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러므로 그녀의 입에서 보통의 정치 지도자라면 잘 뱉지 않을 '배신', '진실한 사람' 등등의 말이 쉽게 나오는건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치 지도자의 덕목으로 보자면 얘기는 다르다. 그녀는 공무원, 기업인, 민간인를 막론하고 사람을 진실, 배반의 관점으로, 이 세상을 흑백, 도덕의 관점으로 본다. 나에게 충성하라. 거기에 능력까지 갖추면 딱이다. 하지만 적어도, 적어도 배신은 안된다... 그러나 이 나라는 진실한 사람들이 자기말 잘 듣고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되는 소박한 나라가 아니다.
구중궁궐에서,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카리스마의 아버지를 보고 자랐을 그녀에게 올바른 민주주의적 품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밑바닥부터 제대로된 민주주의 정치수업을 배운 것도 아니다.(우리나라에서 그런게 가능한지도 의문스럽지만)
그녀는 사악하지 않다. 대통령직 수행에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을 리도 없다. 스스로 수필가라고 자처하고 한국수필가협회 회원이기도 할만큼 문학적 감수성도 지닌 사람이다. 그냥 보통으로 살았으면 그리 나쁜 정도는 아니었을 사람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른 정치인의 '이견'을 '배신'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지도자라면... 유승민 의원의 사례가 극명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더는 생략하자. 다만, 이번에 확인 된건 하나 있다. 그녀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불통은 아니라는 점. 누구와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었다는 점...
끝으로, 하나만 묻자. 유승민과 최순실, 그 중 누가 당신을 배반하고 국가와 국민을 배신했는가. 누가 진실한 사람인가. 아니, 당신이 말하는 진실하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인가.
ps : 참, 내가 지지했던 대통령 후보자는 유부녀였다. 메르켈 총리는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