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wne Dec 02. 2016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오해, 오해, 오해...

흔히 여자들이 설치는 경우를 두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고 한다. 당연히 성차별적이고 남존여비적인 사고방식이다. 이것이 과연 옛사람들의 생각이었을까. 노, 노.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의 출전은 <논어>, <맹자>가 있기도 전의 경전인 <서경>에서 유래하는데 해당 원문을 옮겨보면 이렇다.


왕이 말씀하셨다. "옛사람이 이르되 암탉은 아침에 울지 않는다. 암탉이 아침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 상왕 수는 여인의 말만을 듣고 있다. 조상의 제사를 전혀 돌보지 않고, 한 조상을 모신 백숙과 형제들도 전혀 돌보지않으며, 나라일에 임용하지 않았다. 다만, 천하 곳곳에서 많은 죄를 짓고 사방에서 도망쳐온 자들을 높이고 기르며 믿고 임용했다. 이 자들을 대부와 경사로 삼아 백성들에게 포학한 일을 저지르게 하여 상나라를 범죄로 문란케 했다. 이제 나 발은 삼가 하늘의 벌을 대행하고자 한다."

<서경>, 홍신문화사, 1983


어떤가. 원문은 '암탉이 아침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암탉이 아침에 울면 왜 집안이 망할까. 아침에 횃대에 올라가 꼬끼요~ 하면서 힘차게 우는건 수탉의 몫이다. 그런데 그 일을 암탉이 한다면 그건 자연의 질서가 무너진 변고의 상황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수탉이 꼬끼요, 하고 힘차게 우는 것이 자연의 질서이고 세상의 이치인데 암탉이 아침에 운다면 그것은 자연의 질서가 아니다. 수탉의 입을 틀어막고 울 생각이 없는 암탉을 내세워 아침에 울라고 한다면 그건 변고요, 난리다. (왜 수탉이 아침에 우는지는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0319601009 참조. 이 글을 쓰면서 궁금해서 찾아 봄)


하나라의 마지막 왕 주(紂)가 요부 달기에 빠져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들을 능멸하며 검찰조사도 거부하고 주지육림으로 세월을 보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무왕이 이를 타도하고자 출정에 앞서 대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 바로 위의 내용이다.


따라서 <서경>의 저 언급은 여성비하나 남존여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옛사람들은 자연의 이치와 사람의 이치가 다르지 않으며 이러한 이치를 져버리면 하늘이 벌을 내리고 이를 수행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서양보다도 휠씬 근대적인 의식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사람이면 나는 신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