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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Dec 10. 2016

S 형님께

어젠 참 대단한 날이었죠?

S 형님,

어제는 잘 들어가셨는지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걸 보니 저도 잘 들어오긴 한 모양입니다.


어제는 참 대단한 날이었습니다. 민의를 받든 국회의 탄핵가결, 기쁘고도 다행스러웠고 저녁에 형님까지 만나니 더더욱 기쁜 날이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특히 요 며칠, '국가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엇그제, 유튜브 채널로 한영애씨가 광화문 광장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다가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라는 노래말이 문득 귀에 들어왔습니다.

노래방에서 형님이 종종 부르던 노래이기도 하고 오랜 세월 동안 익히 알던 그 가사가 새삼 귀에 번쩍거리더군요,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 아, 그것이 국가구나, 땅이 있고 거기에 피붙이(겨레) 인간들이 들러붙어 살아가는게 국가구나,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피붙이들, 그게 바로 우리 국가구나... 영화 <변호인>에서도 그러던가요, '국민이 곧 국가다'


술만 마시면 제가 투정처럼 형님에게 그랬죠. '전화받고 달려가서 대학병원 복도에서 초조하게 서성거리는 일만은 없길 빈다' 하지만 태산도 삼킬 듯한 환멸과 절망, 이런 나라쯤은 백만번 더 버려도 하나도 아깝지않을 그 회한이 형님으로 하여금 도저히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한다는 것을 제가 왜 모를까요.


왜 이 삶을 지속해야하는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절망과 환멸이 우리 삶을 끝장내 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 미세한 틈바구니, 삶과 죽음의 그 틈에서 그저 하루하루 습관처럼 숨쉬고 있는게 삶이라고 한다면 너무 비관적인걸까요.


그럼에도 어제는 모처럼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이 땅에서 태어난 동료 중생들과 피를 나누며 살고 있다는 것이 흥분되기도 했습니다. 형님과 술을 마실 수 있으니 더더욱 행복했구요.


올 한 해도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신 은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형님 뵙고 술 마실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늘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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