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들에게
해마다 연말이 되면 유니세프 선물 카탈로그와 기부금 영수증이 집으로 온다. 어느 해인가 보았던 카탈로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5,000원이면 100명의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예방백신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15,000원이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고열량 비스킷 20박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10,000원이면 어린이 사망의 주요 원인인 치명적인 홍역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예방백신 60박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3,000원이면 긴급구호지역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대형 담요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의 어려운 사람들도 다 돕지 못하는데 무슨 외국까지...'
이 말이 틀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도 돕고 외국도 도우면 된다.
2. 3,000원이면 우리나라에서는 변변한 점심 한끼 값도 안되지만 빈곤으로 고통받는 저개발 국가에서는 추위에 떠는 아이에게 담요를 덮어 줄 수 있다. 즉 3,000원의 효용가치는 우리보다는 그들에게 훨씬 크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거품낀 커피 한잔 값에 누구는 목숨이 달려있다.
3. 그렇게 생각한다면 과거 우리가 도움 받았던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세계무대에서 한국은 2차대전 후 독립한 국가들 중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그 배후에 외국의 막대한 무상원조와 도움이 있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저개발 국가들도 적절한 도움과 원조만 있으면 얼마든지 우리 못지않게 일어설 수 있다. 오직 우리가 똑똑하고 잘나서만 된게 아니다.
유니세프 사이트에 접속하면 생각보다 좋은 물건들도 판다. 기부금 금액이 클 필요도 없고 자동이체로 해놓으면 번거롭지도 않다. 내 실존의 고민만큼이나 다급한 일들이 이 세계엔 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