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더 개판
야당에서 투표연령을 18살로 낮추자고 한다. 18살들이 주로 야당을 지지할거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이러다 노인들은 투표를 못하게 하자는 주장도 나오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고3들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데 적당한 나이인가, 아닌가는 아직 판단하지 못하겠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18살이 되기까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생각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겐 대학을 가기위한 '공부기계'로 길러진다는 의미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닭들이 오로지 계란을 낳기 위해 '(생명이 아닌)계란낳는 기계'로 취급되듯이 대한민국의 아이들도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해 유치원때부터 부모들에 의해 '공부케이지'에 갇혀 앞만보고, 공부만 강요받으며 성장한다. 고3은 이런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발달의 절정이자 극단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대한민국의 고3은 정상적인 시민도 아니고 정상적인 인간도 아니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다. 모든 것은 고3이라는 이름으로 유보되고, 은폐되고, 묵살된다. 모든 판단과 행위는 부모가 하고 아이는 오직 공부만. 어떤 광고를 보니 아이의 눈은 인강이 한창인 모니터에 붙어있고 엄마가 옆에서 밥을 떠먹여주더라. 나는 경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다. 그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너는 공부만 해"
거기서 말하는 공부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통찰력과 창의력, 종합적 판단능력을 기르고 올바른 민주시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교양을 갖추는 것이 아닌, '대입시험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한 파편적 지식의 암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그렇게 '백과사전 암기 기계'로 길러진 애들이 민주국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율성과 이성적 판단능력, 합리적 소통능력을 갖추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과연 대한민국의 18살들이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인생의 한 시기를 체험하고 판단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연장에서 그들이 정치적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존중해주는 사회적 풍토가 갖추어져 있는가.
하지만 나의 이런 주장을 일거에 헛소리로 만드는 강력한 반론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그런 대통령을 뽑았나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