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자에 금은 무슨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주식, 부동산 등등을 통틀어 '투자'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노름, 경마 등등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걸 해서는 안된다가 아니라 첨부터 흥미가 없었다. 남들이 부동산이나 주식을 해서 재미를 봤다고 할때도, 손해를 봤다고 할때도 나는 늘 관심이 없었다. 그런쪽에 관심을 가질 여유자금도 있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내가 너무 그런데 무심하게 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약간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럼 뭐가 좋을까, 금(gold)이 안정적이라는데... 그래서 금투자를 알아보니 실물 금을 사지않고도 모바일에서 금을 사고 팔 수 있다는걸 알았다. 오, 금은방을 가지 않고도 핸펀으로 다 된다 이거지,
"그래, 함 해보자, 소액으로 해보다가 안되면 접지 뭐"
그래서 증권사에 접속해서 아이디를 만들고, 금거래 계좌를 만들고... 그런데 이 과정이 장난이 아니었다. 우선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가 Mac이다보니 윈도우에서 해야할 일들이 되지않는다. 윈도우 구동 프로그램을 띄우고(그러면 컴터가 느려진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연 다음 증권사 사이트에 들어가 이거깔고 저거깔고, 각종 약관 확인버튼 누르고, 공인인증서 새로 깔고 리부팅하고... 아아, 금투자가 험난한게 아니라 금투자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가 험난했다.
그리고 핸펀에 앱을 까는데 이게 또 장난이 아니다. 그냥 일반 앱과 달리 금융기능이 있다보니 퍽 까다롭다. 거래은행과 연결시켜주어야 하고 거기에 또 공인인증서를 깔아야 한다. 아이디 비번이 다르고 계좌 비번이 다르고 공인인증서 비번이 다르다. 이 엄청난 작업에 설연휴 마지막 휴일 한나절을 온전히 바쳤다.
그런데 마지막 단게에 가서 복병이 나타났다. 입출금 거래에 따른 OTP를 발급받아야 하는거였다. 남들이 열쇠고리에 달랑달랑 달고 다니던 것을 본 적은 있지만 내가 사용해본 적은 없었다. 나는 보안카드를 사용하니까. 거기서부터 급 의욕이 떨어졌다. 자동차 키, 지갑, 핸펀 챙기는 것도 늘 고역인 내가 그런걸 또 휴대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왔다. 열쇠고리에 끼우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자동차 키 외에는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자동차 키에는 고리가 없다. 그러니 그걸 어떻게 휴대하냐고(스마트 OTP는 아이폰에서는 안됨) 게다가 최소한의 앱 이용법도 익혀야 하는데 그런걸 해보지 않은 나에겐 퍽이나 생소했다.
"뭔 떼돈을 벌겠다고"
그런 깨달음이 뒤늦게 밀려오자 뭉개뭉개 일어났던 탐심이 부끄러워졌다. 금을 포기할지언정 그 빌어먹을 OTP 기기 따위는 가지고 다니지 싶지 않다. 수익률을 20%로 잡고 내가 생각하는 소액의 투자금을 대입해보니 코웃음이 나왔다. 아이고, 요거 벌자고 이 짓을? (사실 20%도 대단한 수익율인데)
"그냥 살자"
그런 생각 끝에 계좌를 해지할려니 그거는 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요청해야한단다. 그래서 출근해서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이것저것 묻고는 비번을 입력하란다. 그래서 띠디딕, 입력하니 '잘못 누르셨습니다' 그럴리가. 종이에 메모도 했는데. 계속해도 계속 오류다. 아아, 그 다음의 번거로움과 삽질은... 해당 담당자와 영상통화까지 했다는 것만 말해두자(걔넨 그런 시스템이 다 되있더라). ㅠ.ㅠ
역시 돈을 벌려면 부지런하고 명민해야 한다. 나는 부지런하지도 않고 명민하지도 않다. 그러니 돈을 벌려해선 안된다. 있는 돈이나 아끼는게 최선이다. 명절연휴를 보내면서 얻은 귀중한 깨달음이었다.
사요나라, 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