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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Feb 23. 2017

도시샤 대학에서

거기에 그가 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속살거리듯'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도시샤 대학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비에 젖은 교정은 조용했고 간혹 가방을 메고 후드를 뒤집어 쓴 학생들이 종종걸음으로 지나갔다. 예배당 앞에는 붉고 흰 매화가 피어있었다.


이마데가와역을 나오면서부터 가슴이 울렁거렸다. 예배당을 마주보며 오른쪽으로 꺾어지자 그곳에 윤동주의 시비가 있었다.




시비앞에 서자 눈물이 쏟아졌다. 우산을 눌러쓰고 한참동안 서있었다. 헌화된 꽃들이 소리없이 비에 젖었다.


"지금에야 왔습니다"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왜 그는 시를 썼을까. 그것이 절망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아니면 그는 포기할 수 없는 어떤 희망을 간직했던 것일까. 이 삶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 것일까. 별과 바람, 패, 경, 옥 이런 이국 친구들이 말해 줄 수 있을까.


몇걸음 떨어져 정지용 시인의 시비도 있었다. 정지용은 살아서 해방을 맞고 국내에 들어와 윤동주의 시를 세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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