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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Mar 14. 2018

스티븐 호킹을 추모하며

천국은 없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를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

오래전, 스티븐 호킹의 책을 통해 시간이란 것이 '빅뱅'과 함께 시작됐단 사실을 알았다. 그 '앎'은 내 인생에 몇 안되는 충격이었다. (그 몇 안되는 충격이란 찰스 다윈, 붓다, 원효에게서 유래한다. 이하 생략.)


시간이란 것이 없던 '때'가 있었으며(시간이 없었는데 시간을 나타내는 '때'라는 표현은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원효의 어법으로 말하자면 그저 '억지로 말하는' 것일 뿐이다.) 어느 시점부터, 즉 빅뱅 직후부터, 그와 함께 시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시간이 사라질 거라는 현대 우주론의 진실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신비 중의 하나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신비는 완강하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Time"이란 담배가 있었다. 그 담배의 케이스에는 "timeless time"이란 글이 씌여있었다. 대략, 영원한 시간, 무궁한 시간쯤으로 해석되겠지만 내 눈엔 그게 "시간없는 시간"으로 읽혔었다. 그렇게 읽으면 무척이나 철학적인 내음을 풍긴다. 시간없는 시간이라.. 하지만 우주론적 진실로 보자면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빅뱅으로 생성된 시공간(우리 우주)이 언젠가 빅 프리즈, 혹은 열역학적 죽음을 맞이하면 그때는 시간도 소멸할 것이다.


차갑고, 캄캄하고,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라면 거기에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은 사건을 가능케하고,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것인데 열역학적 죽음에 다다른 우주, 그래서 그 어떤 사건도, 그 어떤 움직임도 없는 우주에서 시간이란 개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무와 공허의 틈바구니에서 시간은 뭘해야 할까...


이런 잡념을 가능케 해 준 스티븐 호킹, 부디 시간없는 곳에서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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