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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Apr 22. 2017

도깨비(2)

신을 무엇을 묻는가

신은 인간에게 질문하는 존재이다. 그 질문은 운명의 형태로 제기된다. 그러니까 신은 인간에게 운명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인간은 삶으로 대답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존재양식이고 신과 인간의 관계 방식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주어지는 운명이란 무엇일까.


"너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사랑하다가 언젠간 죽을 것이다"


이것이 나비로, 때로는 천진한 아이로 찾아오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운명이다. 싱겁다고? 그럼 인간의 운명이 달리 무어라고 생각했는가. 생로병사를 겪는 것 외에 또 어떤 인간의 운명이 있는가. 그건 결코 싱겁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설령 싱겁다고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동서고금의 성인(聖人)들이 하신 말씀도 모두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혹시 이것과 다른 비밀한 진리가 저 멀리 있다거나, 자기만 그 비밀을 안다고 자처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사기꾼들이다. 


그러니 이제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 신은 다시 말한다. 아니, 신은 묻는다.


"그래, 이제 너의 운명을 알았으니 어떻게 살테냐"


"누구를 어떻게 사랑하고, 누구로부터 어떻게 사랑받다가, 어떻게 죽을텐가"


내일 죽더라도 전 오늘을 살아야죠.
알바를 가고 대학 입학 준비를 하고 늘 걷던 길을 걷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구요. 그게 삶이라는 거니까.
그러니까 아저씬 죽어라 저 지켜요. 전 죽어라 안 죽어볼라니까.
나 아저씨 믿어요.  엄마가 날 어떻게 낳았는데요. 내가 어떻게 붙은 대학인데요.
살 이유가 너무 많아요.
.
.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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