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에 어긋난 말 때문에
우연히 신문을 보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서 분노를 삭히기 위해 하루를 묵혔지만 나아진거 같지는 않다)
기자가 대한항공으로부터 뭐를 받아 드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저렇게 사리에 맞지않는 구시대적인 기사가 가능할까. 받아 드시지 않았는데 저런 기사를 썼다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다.
"총수 구속땐 대규모 투자 차질 우려"
위 말이 사실이라고 하자. 뭐가 문제인가. 총수의 구속으로 인한 기업 투자 차질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다. 단적으로 말해 그 책임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이나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에 있는 것인가, 범죄 혐의가 있는 본인에게 있는 것인가.
나는 그 책임이 당연히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범죄혐의로, 자신의 기업투자에 차질이 생기는 건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고 그 기업의 일이다. 총수 구속 하나로 의사결정이 올스톱되는 유아적이고 후진적인 한국의 기업문화는 아예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아주 상식적이고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인데 어떻게 메이져 신문이라는 것이 버젓이, 그것도 대문짝만하게 저런 기사를 낼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세상이 바뀌어도 그들만의 리그는 늘 뜨겁고 뻔뻔한 것인가.
실제로 비슷한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하지만, 가령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 강도짓을 하다가 붙잡혔다고 하자. 그럼 저 신문은 "예비신랑 구속으로 결혼식에 차질 우려" 이렇게 기사를 써줄 것인가. 비슷환 예는 끝도 없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진 밑의 굵은 글씨 기사는 더 심각하다.
"행사 파행땐 국익 손실 불가피"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 총회 개최가 국익에 얼마나 대단한 이익을 주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조회장을 "빨아주는" 기사 내용은 차마 눈뜨고는 읽을 수 없다. 회사 관계자의 입을 빌(은 형식을 빌)어 아예 '구속시키지마라'고 외치고 있다. 업계 CEO들 모임이 얼마나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국제행사 유치가 국위선양이라는 발상을 아직도 저렇게 견고히 유지하고 있는 마인드도 놀라울 따름이다.
더 씹어봐야 입만 아프니 결론을 내리자.
구속으로 인한 자기 기업 투자 차질은 자기들 일이고 '자뻑'에 해당되는 일이니 더 코멘트 할 게 없다. (굳이 한마디 한다면 '꼬시다') 그리고 그의 구속으로 인한 국익(이라고 주장하는 업자들 모임 유치의) 손실은 (그런게 있다면) 그 책임도 본인에게 있으니 업계든 국가든 본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모든 책임은 그에게 있지 법집행 기관에 그걸 물을 수는 없다.
언제까지 국익, 국가경제, 투자위축 따위를 내세워 뻔뻔하고 더러운 짓들을 봐주자는 것인가. 한심하다, 동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