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식
누런 쌀밥을 한 입 더 넣고
삭은 깍두기를 씹는 밤
오득, 오드득 입 안에서
눈 밟는 소리 들려온다
산 입에 어찌 눈이 쌓였는지
누가 이 몸을 걸으려는지
눈 내리는 겨울 덕장
입 벌린 명태 속으로 걸어가는
싸락눈 같은
눈발이 눈발을 밟고
텅 빈 몸으로 드는 소리 같은
오득 오드득
눈발 성성한 입 속, 까마득한
거기가 덕장이다
# 이런 장면,
사내 하나가 방에 앉아 밥을 먹는다. (흰 쌀밥이 아니라 군내나는) 누런 쌀밥을 입안에 밀어 넣고 삭은 깍두기 하나를 또 입안에 밀어 넣고 씹는다, 오득 오드득.. 그 순간 오드득 소리는 뽀드득, 눈밟는 소리로 오버랩되고 쓸쓸한 방의 풍경은 눈 내리는 겨울 덕장의 풍경으로 전환된다. 영화같은 마술이다.
누런 쌀밥과 삭은 깍두기, 따스한 온기로 버무려 넘겨야할 입안의 풍경이 겨울 덕장이라니, 목이 메인 적도 있고 입안이 모래처럼 서걱거린 적도 있었지만 겨울 덕장이라니... 씹고 또 씹을수록 눈발은 거세지고 명태 빈 몸 속에 메아리치는 오득 오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