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식
풀잎처럼 휘어진
낚싯대를 보고 있었다
그때 납이다
아이가 소리쳤다
그래, 저건 고기가 아니라
납덩이가 낚싯줄을 문 것이란다
다시 납이다!
아이가 소리쳤다
그래, 납이다
먹먹한 물 속에 가라앉아
숨을 참고 기다리는 거란다
다시 납이다!
나비다!
소리치며 아이가 뛰어갔다
아 나비, 추락을 반복하는
무거운 날갯짓
허공을 튕겨 다니는
위태로운 비행의 저것도
강물 속 봉돌처럼
자꾸만 가라앉으려는
납, 나비다
'납'이라는 단어가 '나비'라는 어음(語音)으로 미끄러지면서 나비가 허공을 차고 오르듯 의미의 전환이 일어난다.
사물이 호명되는 소리와 사물의 의미는 우연적으로 결합해 있을 뿐이어서 대부분의 경우 그것들은 겉돌기 마련인데 서영식은 '납'과 '나비'의 한국어 발음을 대비시키고 뒤섞으면서 납과 나비가 지닌 무거움과 가벼움, 추락과 날개짓의 의미를 또한 대비시키고 뒤섞는다. 발음과 의미는 서로 무관한 것이지만 - 언어학과 철학은 거기까지 - 시인은 이런 사태를 간단히 뛰어 넘는다.
모티브를 주었던 시인의 딸은 잘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