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야

넷플릭스

by browne

전쟁으로 혼돈스럽기 그지없는 시리아의 고대도시 다마스커스. 청년 하나가 나타나 기이한 설교를 한다. 그가 알라를 언급하자 군중들은 신성모독이라며 소리친다. 그 순간 시외곽까지 다다른 IS의 포격이 시작되고 설교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하지만 거대한 모래폭풍이 불어오면서 보급로가 끊긴 IS는 물러난다. 이내 청년은 메사야로 칭송되고 추종자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는 CIA 요원... 10부작 넷플릭스 드라마 < 메시야>는 이렇게 시작된다.


메시야가 내 눈앞에 나타나면 나는 그를 알아 볼 수 있을까.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따를 수 있을까. 그가 눈 앞에서 보여주는 기적을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삶의 이유가 분명해질까. 그는 나의 모든 질문들, 이 우주의 시작과 끝에 대해, 이 삶의 시작과 끝에 대해 시원하게 대답해 줄까. 그런 메시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불행한 사람일까, 행복한 사람일까. 의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그 일이 벌어졌다. 불안한 중동땅,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이 임박한 다마스커스 시내 어느 모퉁이에 망상증 환자 아니면 미치광이, 아니면 진짜 메시야가 나타났다. 그는 군중들에게 기적을 보여주었고 그들은 열광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땅에 건너와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물 위를 걷는 기적(처럼 보이는 일)이 일어났고 이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사람이 물 위를 걷는 영상은 유튜브에 널렸다) 정보기관들은 촉각을 곤두세웠고 언론의 관심은 집중되었다. 저 자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원하는가.


진짜 메시야가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는 격변이 일어날까. 죄를 심판하는 법정이 지구 곳곳에 세워지고 인간들은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판결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질까. 모든 불의가 해소되고 즉각 평화가 찾아올까. 천사들의 군대와 행정기관이 설치되고 신의 직접 통치가 시작될까. 그럼 기존의 신분증은? 예금은? 대출금은? 직장은?


메시야가 왔음에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개인들의 불행은 바뀌지 않았고 국제정치는 혼란했으며 전쟁의 위협은 여전했다. 심지어 메시야(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인물)조차 수도 위싱턴 외곽의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의심했고 그를 이용하는 종교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메시야라는 인물로 인해서 오히려 사회혼란만 가중되었다. 생각해보면 놀랄 일이다. 메시야가 도래했는데도 바뀐게 없다니, 뭔가 안 맞는다. 그럴거면 메시야는 왜 왔는가. 이 세상을 일소一掃하는게 목적이 아니었나.

예수가 출현했던 역사적 시기와 그의 활동을 생각해보면 약간의 힌트가 보인다. 당시의 이스라엘 민중들은 로마의 압제와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동포들(성직자, 세금징수원 등)에 의해 이중고를 겪었다. 로마인들, 종교지도자들, 민중들, 심지어 독립을 꿈꾸는 과격집단도 기적을 일으키며 등장한 시골뜨기 예수에게 주목했지만 그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깊어만 갔다. 그리고 익히 아는데로 예수는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음모와 모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해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품는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당신이 메시야라면 이 모든 부조리를 한방에 해결해줘야지, 그리고 나에겐 좋은 일이 생겨야지. 그게 메시야의 좋은 점 아니겠어?" 만약 그런 나의 생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메시야가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런 속된 동기가 아니라도 우리가 품는 모든 의혹들에 속시원히 대답만 해 줄 수 있어도 좀 나으련만 그것도 신통치 않다. 기껏 하는 소리가 "겉옷을 달라면 속옷도 내어주라"는 식의 소리나 했으니 말이다. (사람의 옷이란게 사이즈가 있고 취향이 있는데 어떻게 그걸 대뜸 달랄 수 있으며 또 줄 수 있느냐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에겐 진짜 메시야가 필요한 것일까. 메시야가 도래해서 우리의 문제를 강제로 해결해주는걸 나는 원할까. 나의 치부를 모두 들춰야하고, 금전이나 재산상의 손해도 감수하며 나는 메시야의 도래를 원할 수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