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평범한가

조주빈이라는 악마를 보며

by browne

아돌프 아이히만의 머리에는 뿔이 달리지도 않았고 입술 밖으로 송곳이빨이 튀어나오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중년 아저씨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의 수척한 외모를 보면서, 그가 수많은 유태인들을 학살한 책임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는건 쉽지 않았다. 그는 자신만만하지도, 확신에 차 있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을 단죄하는 재판내내 자신은 그저 상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아무 생각이 없는 멍청이의 모습, 그 자체였다.


<뉴요커>의 특파원 자격으로 이를 취재한 한나 아렌트는 그런 아이히만의 모습에 절망했다. "악의 실체가 고작 저것이었나" 그 후 <뉴요커>지에 실린 아렌트의 참관기는 미국내 유태인들의 분노를 샀다. '아이히만은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아렌트의 논지는 절절한 울분과 증오를 기대했던 대중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대중들의 오해였다.


아렌트는 자신과 동갑내기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실체를 보았다. 그러나 그건 뭔가 드라마틱하고 거대한, 유황불이 타오르는 지옥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단지 사유하지 않는 것, 그것이 악일 뿐이라고 아렌트는 말했다. 아, 시시해. 정말? 이것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테제이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우리가 아렌트의 테제를 지적으로,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연극에 속았을 뿐이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확신에 찬 인물이었고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잘 알았던 인물이었다. 그에겐 상부의 명령 따위는 필요 없었다. 악마의 외형이 평범한 것과 그가 저지르는 악행은 전혀 별개이다. 논리적인, 필연적인 상관관계가 있을 수 없다. 물론 이것이 아렌트의 논지는 아니지만 나는 다만 묻고 싶다. 사유하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악을 낳겠지만 그것이 그저 진부하기만 한 것이냐고. 그녀의 고결하고도 비극적인 지성이 악의 교활함에 속은 것은 아닐런지도.


조주빈이라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악마를 보면서 생각한다, 악은 평범하지 않다. 악은 지옥 그 자체이자 모든 존재의 원수이다. 문제는 저런 악마들에게 그토록 가벼운 형벌이 주어진다는 사실, 제대로 다스릴 변변한 법조차 없어 국회가 허둥댄다는 사실, 이게 더 절망적이다.


2020032400267_1.jpg 악마는 이렇게도 생겼다


제발 악마는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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