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옳고 그르냐고?
두 사람(1,2)의 삶이 있다.
1. 착한 일을 많이 했으나 죽기전 나쁜 일을 했다.
2. 나쁜 일을 많이 했으나 죽기전 착한 일을 했다.
1과 2의 죽음은 각각 어떻게 평가 받을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철학자 퍼트남의 지적대로 때로 사실 판단이 가치판단도 겸한다고 보면 1에 대해서는 "착한 일을 많이 했으나 죽기전 나쁜 일을 했다"가 그 평가이고 2에 대해서도 "나쁜 일을 많이 했으나 죽기전 착한 일을 했다"가 그 평가이다. 적어도 내 생각엔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평가하고 싶은게 아니라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의 삶이 좋았다는거야, 나빴다는 거야'를 따지고 싶은 모양이다.
한 인간의 삶을 판단할 때 공과功過, 즉 잘한 일과 못한 일을 분리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그게 가능하고 타당한가라고 묻는 입장이 있다. 가령, 박정희 대통령은 이 나라를 산업화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로가 있고 독재정치를 한 과오가 있다. 그건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나쁜 사람인가 좋은 사람인가. 혹은 그는 나쁜 면도 있었고 좋은 면도 있었나.
처음엔 나쁜 짓을 했는데 나중에 좋은 일을 하고 죽은 사람을 두고 그래도 처음에 나쁜 짓을 했으니 나쁜 인간이다,라고 평가하는게 옳은가? 혹은, 처음엔 좋은 일을 했는데 나중엔 나쁜 일을 하고 죽은 사람에게 그래도 처음에 좋은 일을 했으니 좋은 인간이다,라고 평가하는게 옳은가?
여기에 덧붙여, 나쁜 사람의 죽음은 애도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도 뒤따른다. '나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 가족은 위로받아야한다'가 나의 현재까지 잠정적인 결론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의 밑바닥에는 '죽어 마땅한 삶'이 있는가, 하는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나는 '있다'에 기운 사람이지만 그 생각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이 백살쯤 살면 죽어 마땅한가. 모르겠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짓을 저지른 인간은 죽어 마땅한가. 아마 그럴지도... 근데 그게 너의 사랑하는 부모라도? 응?
살아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부디 이 여름을 잘 견디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