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에 대한 생각
슈만은 이 곡을 쓰고 다음날 투신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인격을 지닌 슈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곡을 썼다"고 말했지만 사실 곡의 테마들은 자신이 이전에 쓴 곡들의 편린이었다.
듣다보면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른손은 사는 방향, 왼손은 죽는 방향.. 그래서 양손은 분열을 일으킨다. 정신병원 복도를 무표정하게 걷는 듯한 왼손의 타건은 더 나아갈 수 없는 슈만의 흐려지는 정신을 표상하는듯 싶다. 그럼에도 천사들은 그의 오른손을 힘겹게 추스려 주제를 밀고 나가게 한다.
백건우의 연주를 녹음하다가 엔지니어가 오열했다고 하니 음반이 궁금하다. 젊을때는 매우 불편한 음악가였는데 이젠 좀 이해가 된다고 74살의 백건우는 말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는 치매와 싸운다. 불멸과 필멸 사이에서 삶은 고달프다.
ECM 특유의 스산한 앨범 커버가 음악의 분위기를 완벽히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