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rtistica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wne Dec 15. 2020

BTS, 마이클 잭슨

다이너마이트와 방탄에 대한 생각

그러니까, 미국 중서부에 사는 할머니가 저 청년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는 것도 더는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하자. 전 세계의 10대 소녀들이 꺅꺅거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고 치자. 미소년들이니까. 근데 덩치가 산만한, 시커먼 흑인 아재들이 "오, 맨, 왓썹 브로~" 를 외치며 팔짝팔짝 뛰는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몇 번을 돌려 보면서 '다이나마이트'가 미국인들을 사로잡는 요인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영어와 라임이 '쩌는' 재치있는 가사, 브루노 마스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흥겨움, 아름답고 멋진 화면...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유려한 외모와 세련된 비주얼이라면 나이든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방탄의 노래와 춤이 자신들이 청춘을 살아낸 7,80년대로 데려다 주었다는 사실 아닐까.

 

그 중심은 마이클 잭슨이다. 그의 절도있고 세련된 춤사위가 그 누구도 아닌 방탄에 의해 재현되는 모습은 미국인들, 특히 마이클 잭슨을 아직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겐 그 자체로 게임 끝을 외치게 했다. 제이홉이 무대에 모자를 들고 나오는 순간, (그 모습은 전성기의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켰다) 흑인 아재들은 폭발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 흥겨움에는 "Earth wind & Fire"와 "Cool & Gang"의 원초적 그루브가 있고 더 거슬러 가면 최초의 디스코 킹이랄 수 있는 존 트라볼타도 어른거린다. 허공에 손가락을 찌르는 동작의 원조는 (적어도 내가 알기론) 존 트라볼타이다. 이 모든 것을, 공짜로, 한 접시에 담아냈으니 미국인이라면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브루노 마스, 로큰롤, 펑키앤소울, 마이클 잭슨, 디스코, 도넛, 농구... 방탄의 춤과 음악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할 것들을 정조준했다.


어깨를 들썩이던 할머니가 그랬다.


"Basketball, donut, music, dance... We'll realize that life really isn't bad. We can make it better than what we think is, or what is happening to us..."


이젠 아무도 유교, 전쟁 따위의 키워드로 한국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조차. 하지만 방탄에게선 그 유교적 가치가 보인다. 노력, 헌신, 겸손... 자신을 낮추고 그 공로를 팬들에게 돌리는 모습은 적어도 서구적 가치관에서는 찾기 힘들다. 그것이 설령 마케팅 기법이라해도 그 기법을 서양의 톱스타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노력해서, 뛰어나서 박수를 받는건 당연한 일이고 나는 그게 자랑스럽다', 방탄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그 엄청난 팬덤의 기반이고, 특별한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하고 겸손하게 주위를 살피는 것, 이것이 방탄과 그의 팬들이 뭉치는 방식이고 사람들을 선한 영향력으로 이끄는 방식이다.


아직(!) 연차가 짧아 방탄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한다. 빨리 슈가가 회복하여 팀에 복귀하기를 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령 변주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