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걸으면 산이고
또다시 산이다
그리고 미칠 것 같은 눈이다
눈발은 지쳐 쓰러진 것들의
체온으로부터 오고
어디에도 없는 눈 덮인 이 길이
잡목숲에 버리고 온
그대의 마음이란 말인가
주고받았던 힘이란 말인가
뒤돌아보면
채 닦이지도 않는 눈물만 얼어붙어
먼 불빛들 사이
우뚝 서 있어라. 운명처럼
그대를 사랑한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으므로
사랑이 희망없음에 기대고 있는 것인줄 몰랐다.
멀리 흔들리는 불빛들, 결코 내 것이 되지 못했던 불빛들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밭속에서
한 천년쯤 장승이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