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마지막 지층 속에나 남겨져 있을. 짓이겨지고 짓이겨져서 이젠 탄소 알갱이보다 작은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알갱이 속의 눈물과 알갱이 속의 저주와 알갱이 속의 그리움을. 알갱이 속의 신(神)과 알갱이 속의 망연자실을 알갱이 속의 눈꺼풀을.
출근을 하면서 그날을 생각합니다. 낙타가 고래였고, 고래가 낙타였다는 시절을 생각합니다. 그들 중 누군가가 바다로 걸어 들어갔던 그날을. 그들이 왜 헤어졌고 다시 만나지 못했는지. 수천만 년 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당신께 묻습니다. 왜 바다로 간 건지. 왜 지층은 아직 침묵인지. 화석도 남기지 않은 날들을 도대체 누가 믿어 줄 건지. 알갱이 속에 갇힌 수천만 년을 왜 말해 주지 않는지.
오늘도 지층을 파면서 묻습니다.
당신은 낙타였던가요, 고래였던가요.
그것이 당신이었는지, 당신과의 추억이었는지
그 작아진 것, 수천만년의 지층속에서나 찾을 법한 짓이겨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