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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Apr 03. 2016

In My Life

음악, 그리고 음악

내 삶에서, 내 기억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지점부터 음악이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늘 혼자였으므로 늘 혼자 놀았다. 부모님들은 늦게 집에 오셨기 때문에 혼자 저녁을 차려먹고 혼자 저녁 시간을 보내야했다. 처음부터 응당 그런 것이므로 외롭다거나 하는 감정도 딱히 없었다. 저녁을 먹고, 티비 만화영화를 보고, 홈즈나 루팡의 소설을 읽다가 지루해질 즈음이면 부모님들이 오셨다.


그러다가 음악을 만났다. 이리저리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가 AFKN 채널에서 트는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기억나는 최초의 음악은 존 덴버와 스티브 밀러 밴드의 곡들이었다. 그후 나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음악을 들었다. 음반을 사느라 궁핍했지만 매달 팝음악 잡지를 샀다.


그리고 기타를 배웠다. 5학년쯤 됐던거 같다. 독학으로 비틀즈의 곡들을 카피했다. 중학생 때는 드디어 전기기타를 손에 쥐었다. 어쿠스틱 기타 따위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에릭 클랩튼의 연주를 들으며 '기타는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에릭 클랩튼의 곡을 카피하면서 펜타토닉 음계를 스스로 발견했다. 그 음계의 음들을 적절히 조합하면 에릭 클랩튼 비스무리한 솔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발견(혹은 발명)한 기타 이론과 음악이론들은 이미 다 이론서에 정립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관악반에 들었다. 록밴드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있다해도 내 수준을 그들이 수용하기는 어려울거라는 생각에서, 그리고 그때 막 클래식에 눈을 떠가던 상황이어서 관악반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3년간 플륫을 불었다. 그것 또한 독학에 가까왔다. 선배들이 일부 가르쳐주긴 했지만 스스로 교재를 연구해야했고 장 피에르 랑팔 같은 연주자의 음반을 들으며 음색과 호흡, 주법들을 터득해야했다. 쉽게 되지는 않았다. 내가 하는게 옳은지 그른지 알 수도 없었다.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같은 곡을 제대로만 연주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던 시절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음대행이 좌절되고, 들어간 대학에서 록밴드에 가입했다. 처음에 들어간 곳은 대학 응원단(의 연주팀)이었는데 당시 록밴드로는 독보적이던 모 써클에서 '이곳에 와서 제대로 된 음악을 하라'며 선배들이 손짓했다. 일종의 스카우트였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생활에서 공부는 뒷전이었다. 음악과 술이 전부였다. 머리를 기르고 헤비메탈에 심취했다. 국적은 바꾸어도 평점은 못 바꾼다는 진리를 그때 미리 알았다면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인생의 시기들은 늘 음악과 연관된다. 대학 졸업반 무렵 라흐마니노프에 빠져들면서 비독일어권 음악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알았고 그 후엔 모짜르트의 오페라, 본격적인 재즈, 블루스... 장면에 따라 적절하게 배경음악이 바뀌듯이 내 삶의 음악도 그러했다.


니체가 그랬던가, 음악이 아니면 인생은 착각이라고. 그럴리는 없다. 인생은 착각도 아니고 환각도 아니다. 그건 하나의 길(道)일 것이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여정.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여정. 그것만이 명확한 진실일 것이다.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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