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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 Jun 10. 2023

파인다이닝

결핍된 소스통



'원래도 있지 않았던 것을 결핍이라 칭하는 것이 맞는가?'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아마 결핍을 칭할 때 여러 가지 앞에 붙은 언어들이 있겠지만 사회성, 애정, 자존감 등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에 결핍을 가져다가 붙이는데 '내가 그런 것들이 원래 있었나?' 혹은 결핍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수치는 정확한가?' 라는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고는 영양소결핍이라는 단어 외에는 결핍이라는 단어를 제한했다.




거듭 말하지만 나의 내면의 세계는 항상 충만하지도 비루하지도 않은 그저 중도의 세계인데 개인적으로 작은 소스통들이 여럿 진열된 다이소의 주방/반찬통 정도의 섹션 한켠정도라고 생각한다.


요리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한 가지의 소스나 양념으로 맛을 내지 않고 다양한 소스들로 완벽한 육각형을 만드는 것이 가장 흥미로워서 인데 사람의 감정도 비슷하다.


정녕 화를 낸다고 해서 화만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에 출연하신 출연진분들을 제외하고는 아마 그럴 수 없다고 단언컨대 단정 지으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가지의 소스통을 가지고 요리를 하게 되는데 상대방이 느끼기에는 본인 입맛에 맞을 수도 혹은 너무 매워서 눈물이 찔끔 날 수도 있지만 그건 해당 요리사의 배려와 상대방의 니즈파악의 유무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다. 흔히 말해 사장님 바뀐 가게에 맛이 바뀌듯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소스배합법으로 기분이나 감정을 표한다.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구비해 놓은 소스들은 다들 다르다. 프렌치를 공부한 나는 개인적으로 파인다이닝 마냥 갖가지의 재료들을 배합해서 다양한 맛을 내는 것에 취미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간장과 올리브유를 한 통에 넣지 않는 것이다. 감정을 분리하는 건 꽤나 유용하다. 그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칼질도 손가락을 좀 다치다 보면 익숙해지고 팬을 돌리는 것도 손목이 아파서 보호대를 찰 때즈음 익숙해진다. 노력 없이 아픔 없이 무언가를 가진다는 건 무척이나 기적 같은 일이기에 소스를 나눠 담는 것 또한 어느 정도 노력과 아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소스들을 사용하다 보면 어느샌가 또 각자의 허용치에 적합한 잔량, 다시 말해 '재충전해야 할 때'가 오게 되는데 이때를 보고 말하길 결핍의 시기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결핍된 어떠한 것들은 발주를 넣거나 판매처로 가서 채워야 하는데 각자가 선호하는 브랜드나 맛이 다르기에 각자 원하는 곳으로 가서 결핍된 감정을 채우곤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용한 곳들에서 그 감정을 채우지만 예외는 존재한다. 예를들어 나는 인류애가 떨어지면 봉사활동을 가곤 한다. 최근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마지막 봉사활동은 소아암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었는데 그때 머리를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머리를 기르고 있다.


소스통은 원래 공병이었다.


그래서 결핍이란 단어에 어울리진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담기로 했고 그곳에 그 무언가가 없다면 그때부턴 결핍이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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