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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 Jun 11. 2023

수취인불명

마음이 담긴 악성재고



매년 발렌타인엔 초콜릿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했고 길 가다가 해바라기꽃이 보이면 해바라기가 좋다고 한 지인의 품에 안겨주었다.


과한 친절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난 그런 오해가 생길 때마다 도망쳐버렸다. 철저히 밟힌 내 선물이 회색빛으로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더는 볼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러진 않는다.




친절의 기준 또한 개인적이고 상대적이라 누군가에게는 매너가 멜로가 되어버릴 수도 혹은 배려가 벽을 치는 것 일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열기 전 까지는 최대한 선을 지키려고 갖은 애를 다 쓴다. 어떠한 감정의 표현도 선물도 해주지 않으며 이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까지 꾹 참고 모아뒀다가 품 안에 한아름 전해주곤 한다.


나에 대한 고찰을 조금 더 해보자면 나는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부담스럽고 뭔가 다시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괜히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마 이건 등가교환 정도의 개념 속에서 나온 듯하다. 무언가를 받았으면 주어야 하는 피곤한 삶을 살았던 나는 너무 이기적이었다.


상대방 또한 받기 싫어할 수 있는데 주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나만 생각한 것이 아닌가 라는 반성을 하게 된 계기를 기준으로 나 또한 많은걸 주지는 않는다. 예외가 있자면 좋아하는 감정을 가진 상대한테는 꽤나 직설적이고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라 자꾸 좋아하는 걸 쥐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마 만들어놓고 사놓고 주지 못한 것들만 이번 년에 어림잡아 열손가락은 넘어갈 것이다. 그렇게 발송조차 하지 못한 선물들은 조용히 폐기처리가 되거나 나 혼자 가만히 바라보고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 검문절차를 걸친 뒤 불합격을 통해 또한 폐기처리가 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칭찬에 대해서도 매우 폐쇄적이었는데 평소에도 나에게 채찍질을 해대며 나한테 하는 칭찬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음에 칭찬에 대해서 그랬던 것 같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칭찬을 했는데 멋지게 받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그 모습을 따라 했다. 그렇게 많은 연습을 거친 결과 이제는 칭찬을 잘 받지만 노력이 더 필요하긴 하다.


평소에 말수가 적기도 하고 목소리가 작은 편이라 그걸 선물로 나마 표현하는 듯한데 애초에 정이 많기도 하고 내면으로는 정을 쉽게 떼어버리지 한다. 종합하자면 대인관계에서 많이 이상한 포지션에 놓여있는 느낌이다. 비유 하자면 웃지 않는 산타클로스 정도의 위치가 맞겠다.


선물 보따리에는 여러 가지 선물들이 있어 예전엔 어깨에 들쳐 메야했지만 지금은 선물더미에서 고심하고 고르고 골라 하나의 선물정도만 손으로 달랑 들고 다닐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소원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났음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닮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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