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레 찾아온 불행에는 꽤나 우악스러운 힘이 서려
그날에 반짝이는 것 들을 지워 닦달하듯 불안이 몸에 달라붙어 칭얼대었다.
칭얼대는 아이의 슬픔을 무시하기 어려워 살며시 굽어 안아 품에서나마 차가운 온기를 느끼는 유월에 낙화해 주황색 쓰레받기에 담긴 능소화 봉우리였다.
영원히 나리는 주황색 가로등이 되고 싶었던 우리는 꽃이 되지 못한 채 낙화라는 말을 억지로 끼워 넣으며 어두워져 가는 새벽녘의 반딧불이의 볼기처럼 쇠해갔다.
습기가 밀려오는 장마 전의 공기에는 비안개에 싸구려 지우개로 비벼댄 듯 모든 것의 향기가 밀려들어왔다.
문드러진 마음께에 몇 번이나 감았던 다해진 붕대도 버리지 못해 어딘가에서 풍겨오는 미련의 땟국물도 축축하게 젖어 무겁게 때론 애절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몸에 감아냈다.
비가 내려 묽은 하늘엔 번져 흩어진 감정들이 떠다닌다.
나는 내가 입은 옷의 무게를 알지 못하듯 불행이 감긴 걸 모른 채 몸을 웅크려 내일의 내리는 것들을 두려워했고
내일은 그저 물 따위가 내리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