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

by Brown


구태여 그리워하지 않아도 깊이 사무치는 그대에게 그대의 기억 한켠의 편린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 호숫가 한가운데서 노를 버려 나아가지 못해 잊혀야만 하는 작은 돛단배가.


아마 분갈이와 비슷한 개념이지 않을까 싶다.


자라고자 하는 곳의 토양에서 더 이상 자라날 수 없기에 그리고 그때처럼 비옥하고 윤기 나지 않았기에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대와 나는 어느샌가 엇갈려 마주하지 않을 여덟 갈래의 교차로 중 어딘가로 서로 출발하였고 그마저도 신호가 엇갈려 마지막 모습조차 옆이나 앞이 아닌 어딘가로 가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조금 더 내가 비옥한 땅이라 작물들이 시들지 않고 뿌리를 깊게 내려 나를 꼭 쥐어줬으면 혹 눈치가 빨라 내 고집스러운 비료들을 치우고 심어진 것에 맞춰 토질을 가꿔 그대들이 내 안에서 맺는 어떠한 것이든 탐스럽고 달큰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조심히 심어갔지만 단번에 뽑혀버린 뿌리의 자국들은 내 안에서 줄기 친 주름이 되어 비슷한 자극에 쉽게 무너지고 그대들과 같은 비가 내리면 물길이 생겨 자연스레 그대들의 자리를 느끼며 잠기곤 했다.


어떠한 것도 다시 심기에 두려워 갈라지고 뽑혀 구멍 난 나를 그대로 두었다. 그 어떠한 것도 자라나지 않기에 계절에 대한 인지는 하지 못했지만 내 안의 어떠한 것이 차게 굳어 이렇게도 시린걸 보니 쉽게 녹지 못하는 겨울인가 보다.


그럼에도 그대의 자리가 남아있다는 것에 마음이 꽉 차있는 느낌이라 썩 나쁘지 않은 슬픔이지 않을까 싶다.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은 내가 다시 아스라이 흩어져 그대들의 자리를 메우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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