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애써 기워 입다 넝마가 되어 버렸소
밤이고 낮이고 내 몸을 감싸던 그것은 이젠 낡고 해져 나는 이제 춥다오
현실이라는 바람이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실 같은 과거를 몸에 둘러도 비집고 들어오는 것들이 더욱 아플 뿐이라오
분명 달큼한 꽃을 피워 풍만한 열매를 맺었건만 나는 멍이 들어버렸소
이젠 과일을 고를 때에도 주머니가 차있어도 멍든 나를 부정하려 나보다 더 시퍼런 과일을 담기에 급급해져 버렸다오
지금은 바닥에 떨어져 멍들고 벌레 먹은 과일과 다를 게 없어 언젠가 비가 나를 땅속으로 처박아 다시 싹을 틔워 꽃이 피겠지만
나는 바닥에 닿아 썩어버린 이 땅이 나를 썩게 하는 것 같아 너무나도 무섭소
아아 추억이 떠나가오 몸은 멍들고 꿈틀대는 시간은 나를 좀먹겠지만 저 하늘이 바라는 대로 물길 따라 떠다니다 잠시 잠겨있겠소
안녕히 그리고 무수하길 바랐던 그대들이여 더 이상 바라지 않을 테니 다음 하늘 아래에서도 내 추억이 되어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