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저장고 이용방법
길다란 멀바우 원목 바테이블 안쪽의 세계는 거위의 발처럼 바삐 움직이는 잰걸음의 움직임과 절그럭대는 얼음소리 수 많은 각자의 기억이 담기는 곳이다. 그들은 언제나 여유로우며 정갈하고 우아한 모습을 가졌으며 때로는 가만히 눈을 감고 손끝의 감각을 읽는 경청자이다. 나는 이들을 바 근무자 라고 칭하기 보다는 낡디 낡은 추억과 잠깐의 기억을 건너편이 보일정도로 얇은 양피지에 옅은 회색의 목탄으로 기록한 아키비스트라고 부른다.
바의 사용법은 다양한 편이다. 누군가는 슬픔을 증폭시키기위해 누군가는 축배를 들기위해 또 누군가는 망각이라는 저성능 마취제를 사기위해 사용한다.
나는 낯선 바에 갈때 항상 시키는 루틴이 있다. 김렛 또는 다이키리로 첫 잔을 마시고 마지막 잔은 항상 마티니로 마무리 한다. 마티니는 실수로 시킨 칵테일이였는데 이제는 바의 정의를 내릴때 사용하는 별모양 과자틀이 되어버렸다.
No.3가 없다면 탠커레이No.10 을 기주로 버무스는 린스, 필은 오렌지가 없다면 자몽으로 스템 밑부분 잔 바닥에만 정도가 나의 고정적인 마티니의 주문법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허세덩어리로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이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판단으로서의 기준점인 한 잔 이라고 생각한다.
바텐더 각자의 주조방식이나 손기술에 따라 또는 쉐이커 안쪽의 운동에너지와 가하는 물리력의 횟수 또는 세기와 방향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물론 내가 평론가라던가 누군가를 평가할 위치는 안되겠지만 이 것 또한 기호식품이기에 존중해주길 바란다.
그들의 뒷편에 있는 진열장에 담긴 술의 맛이나 향을 기억하고 조합하는 것은 꽤나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병에 담긴 이야기나 비하인드스토리를 들려줄때에는 그 병에 담긴 것이 더욱더 빛이나는데 아마 도슨트를 듣는 느낌이랑 비슷할 것이다.
그렇게 여러가지의 정보나 문서를 보관중인 바 안쪽의 그들은 지식의 보고안에서 근무하는 사서와 같이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 그 이야기를 조합해서 나에게 맞는 활자들을 직조해 내는 그야말로 맞춤 책 코디네이터가 아닐까 싶다.
바텐더와 믹솔로지스트 크게 구분을 하기 싫지만 굳이 단어로서 하나를 골라 부르라고하면 믹솔로지스트를 택하겠다. 무려 Mix하는 ologist라니 너무나도 낭만있는 단어의 조합이면서 정확히 그들을 파악하고 칭송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스피릿과 리큐르에 대한 또는 잔의 생김새에 대한 하다못해 나를 보고 떠오르는 수십가지의 레시피등을 기억하고 보관하며 또 다시 탐구하고 지키는 문서보관자이다.
기억을 만들고 싶거나 지우고 싶으면 그들앞에 앉아 그들이 제공하는 문서메뉴를 열어 수정할 사항을 선택 한 후 추가적인 세부수정사항을 말하는 것 혹은 나만의 문서를 새로이 만들어 그들의 찬장에 반듯이 채워넣는 것 그리고 오늘의 문서는 그들만이 보관할 것 이 세 가지의 사용법은 꼭 숙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