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wn Jun 22. 2023

분실물 보관센터

다시 한번 안내방송 드립니다.



누군가는 관심을 가지고 보살핀다는 건 꽤나 헌신적인 일이다.


보살피는 것에 대한 관계유형은 대부분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또는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서로가 잘 되기를 바라는 유형 정도로 크게 나뉘는데 대부분의 직업적인 부분은 전자 인간관계에 속한 부분은 후자에 속한다.


나는 돌보는 행위에 대해 매우 헤픈 편이었으며 때로는 오지랖일 수도 혹은 상대방에게 부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필요한 도움도 그러하고 몇몇을 제외한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기에 어떠한 면에서는 헌신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정작 나를 돌보기에는 딱히 도움이 필요 없기도 하고 어차피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를 돌보지 않았다.


나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방치한 지는 꽤 오래인 듯 하지만 가끔 관심대신 위기의 상황 때의 알리는 자기 객관화 정도로 나를 한 번씩은 되돌아봤다.


그것은 백화점 분실물안내방송 정도의 내용이었고 그저 무언가 잘못되었고 누락되었다는 방송과 함께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하였다.


안내방송은 재촉하는 채찍질과 비슷했지만 나는 생채기가 나지 않거니와 굳이 나를 생채기 낼 필요조차도 느끼지 못했기에 휘두르는 수고와 자책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남들에게 보이는 나는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자기 관리라고 하는데 대부분 말하기에 '내가 보기에 좋을 만큼'이라고 한다. 과연 이게 어떠한 말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미학에 대해 공부를 덜 한 것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지는 않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즌이 있어서 어떨 때는 정말 꼼꼼히 빵 한 조각 소금 한 꼬집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관리 속에서 살아가지만 비시즌에는 그냥 먹고 논다. 나도 뭔가 다르다 할 사람은 아닌 보통의 사람이다.


하지만 착장에는 꽤나 중요시하는데 학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여름에는 덥게 겨울에는 춥게 입는 것이 좋았고 공부를 하는 곳에서는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복장 놀아야 할 때는 놀아야 하는 복장 등이 항상 있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 때문에 그 복장들을 입었나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예의에 기반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캐주얼하게 입는 걸 잘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딱딱하게 굳어있고 심지어 좋아하는 옷 스타일까지도 셋업이나 클래식한 스타일이라 그 흔한 슬리퍼와 트레이닝복도 없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나 커피를 잠깐 마실 때에도 적어도 블로퍼정도는 신어야 하는데 너무 고착화된 스타일이라 이제는 불편하지는 않고 오히려 좋은 상태이다.


옷이라는 건 대충 입어도 상관은 없다. 다만 옷으로 까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 그렇게 나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에 만족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떠한 모습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는 마음도 공존한다.


두 개의 내용은 어느 정도 맞닿아 있고 멋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는 같다. 굳이 자기만족이라고 칭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자기만족의 범위는 상당히 넓고 방대해서 이 글 안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범위는 넓으나 각자의 깊이는 다르다. 알다시피 나는 집 앞 편의점에 구두를 신고가는 사람이고 누군가는 슬리퍼를 신고가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과연 누가 더 멋있거나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물론 구두를 신고 가는 건 불편해서 슬리퍼를 살까 고민 중에 있다.


어느 정도 각자의 추구하는 방향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고 자신을 표현할 상황이나 장소도 정해져 있다. 나처럼 살아가는 것이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라 모든 곳에 이상실현을 해버리는 피곤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를 표현하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해 어떠한 방향에서는 더 나아가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안내방송을 멈추고 다시 찾게 된 나를 보게 되었을 때 나의 반응도 잘 그려지진 않는다.


그래도 이젠 안내방송보다는 내가 직접 걷고 뛰어서 찾아보려고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노스탤지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