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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 Jul 02. 2023

오선지의 회고록

도돌이표 행진곡



내 손에 쥐어진 걸 놓는 것에 대해 익숙해지지는 않는 듯하다.


나는 부메랑을 던지는 걸 좋아했다. 저 멀리 가느다란 선을 그리며 휘어져 날아가는 부메랑을 던지면서 다시 돌아오는 것을 기대했고 자칫 나뭇자락에 걸렸을 때에도 내 부메랑을 돌려달라고 나무를 잡고 흔들어대며 마지못해 나무가 내려놓아준 기억조차 좋았다.


시간이 지나 키가 커지고 예전에 나뭇가지에 걸린 부메랑에 애원하며 흔들지 않아도 어지간한 나무정도는 애쓰지 않고 가볍게 내 부메랑을 찾을 때 즈음 나는 힘이 세져 더욱더 멀리 던지곤 했다.


그렇게 몇 번의 돌아옴이 있었고 언젠가 내가 닿을 수 없이 커다란 나무에 부메랑이 걸쳐진 순간 나는 개의치 않고 새로운 부메랑을 사서 장애물이 없는 공터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유독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부메랑을 던졌을 때에 부메랑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만큼 멀리 날아갔고 한참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약간의 한숨을 내려두곤 더이상 나는 부메랑을 더 이상 던지지 않았다.


내 손을 떠난 것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품는 것은 아주 작고 낡은 부메랑이었다.




간단한 글을 쓸 때에도 수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맞춤법에 대해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 그 부분에 관해서는 도움을 받기는 하는데 내용이나 어순등의 내용은 그대로 두려 한다.


귀찮거나 필요 없는 행위라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돌아보면 수정할게 많기도 하고 절대 내 마음에 드는 글이 아니기에 그저 그렇게 둔다.


아마 당시의 나를 믿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는데 어찌 되었든 내가 그리고 쓴 것들에 대해 수많은 이유를 정형화된 어순과 어법으로 흐리기 싫다. 애초에 정형화된 글을 쓸 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글처럼 수정하는 버릇을 들이면 언젠가 나를 회고할 때에 글처럼 수정이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을 생각에 외면하는 면도 어느 정도 있다.


지나간 일에 정을 남기지 않기도 하고 기억력이 좋지 않아 잊어버리지만 당시의 허탈함과 아픔의 정도는 누구나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별은 항상 기약 없는 정류장이었고 나는 길을 꽤나 잘 찾는 편이라 얼마 기다리지 않고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어갔다.


먼 길에 발이 아프고 힘들지만 항상 정류장에서 다음정류장으로 가는 큰 길가만 다니다가 작은 골목사이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새로운 가게들과 사람들을 마주치며, 그동안 머물렀던 정류장의 기억들과 아픔을 조금씩은 잊어갔다.


물건의 낡음, 사람과의 헤어짐, 아끼던 것의 사라짐 등 총칭하여 이별이란 결론을 먼저 정해두고 어떠한 것을 하기에는 내 삶이 아깝고 그렇다고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아무나 만나기에는 내가 너무 아깝다.


반대로 아까움에 어떠한 것들에 주저하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이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 이 주제를 생각할 때에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늘 그랬듯이 쥘 수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하며 하나를 놓고 나머지 하나를 소중히 간직하겠지만 역시나 욕심이 많아 이번에는 다 가져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꽤나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분수에 넘치는 것이면 그 분수에 맞춰 더 성장하면 그만일 것이고 주제에 맞지 않으면 모르쇠로 일관하여 주제에 맞기 전까지는 알지 않을 예정이다.


당분간의 회고록은 새하얀 공백에 도돌이표만이 가득 찰 것이고 반복된 되물음 속에 정답을 찾게 된다면 다시 선을 긋고 점을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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