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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은 Jun 15. 2020

닭갈비 예찬가 2

싸인을 보내 시그널 보내

싸인을 보내 시그널 보내2>


그때는 탄수화물 다이어트도 함께 병행하며 매일 밤낮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었다. 밤이 되면 울었고

밥을 몇 삼킨 것 같지도 않은데 조절한 밥그릇 속 담긴 밥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지만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시계를 바라본다. 여전히 배가 고프지만 먹을 수 없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다이어트 선배인 언니는 내게 충고했다. "그렇게 해서는 오래 못해."

언니 말이 맞다. 내가 그때 찾아보던 유튜브 영상은 다이어트를 행복하게 하라고 말했다. 적게 먹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냐고 반박하면서도 행복하기 위해 영상을 반이상 봤다.  


똑같이 다이어트하는데, 저분이 나보다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간다. 어떻게 몸이 저렇게 탄탄하지?

언니는 다이어트에 지쳐있던 내게 조언과 뼈가 담긴 말을 팩트로 고했다. 

"간헐적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야. 네 생각처럼 단기간에 살 빼는 거? 그런 거 아니야. 이거 지금보다 양을 늘리고 운동을 해야 돼!"


그렇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면 닭갈비 예찬가가 2를 쓰고 있을 때인데, 1을 쓸 때 보다 한 달이 더 지났고 아빠의 코수술은 '설마'가 "네? 수술이요?"가 되어 3주를 남기고 있다. 아빠의 기분은 급 다운되고 한 주를 거쳐 검사를 또 받으러 가야 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나 대학병원에 가면 돈 100만 원은 쉽게 깨지기 마련이었다. 먼길을 떠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다시 걸어야 했으므로 부지런히 쉼을 건강하게 채워야 했다. 그리하여 이것은 나와 아빠의 건강을 위해 더 확실한 메뉴를 선택해야 했다. 완벽하고 환상적인 메뉴 선택은 우리를 행복과 웃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일상에서도 먹을 수 있는 양식이나 패스트 푸드 따위로 우리의 대구 추억을 흩트릴 수 없었다. 왜냐면 우리는 지극히 지독한 한식 러버이기 때문이다. 비싼 레스토랑을 가도 코스요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통로를 걸어 다니며 음식의 먹음 정도와 맛을 물어보는 웨이터들의 시선을 감당할 수도 없는 그리하여 멍청히 "아, 맛이요? 네. 하하. 맛있어요."라고 하며 그 비싼 고깃덩어리를 남길 수밖에 없는 완벽한 한식 러버 말이다.


그리하여 곧 수술 전 검사를 치르고 가장 맛있는 닭갈비를 먹으러 갈 것이다. 이게 왜 맛있을 수밖에 없냐면 바로 앞에서 한 번 언급했지만 두 달 전부터 먹고 싶었던 메뉴라 찾아놓은 맛집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나의 이런 집요하고 멍청한 고집을 안다면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을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다.


(사진을 올려도 내가 기가 막히게 사진을 못 찍었기 때문에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대구 맛집이라고 쳐도 나오지 않으니 노력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게 바로 그 닭갈비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난(?) 닭갈비다. 화면에서 보던 익숙한 풍경의 자갈밭이었다. 당장 차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가 "닭갈비느님!"하고 싶으나 아빠가 우선이니, 보호자의 역할을 다하기로 한다. 주문한 닭갈비가 나왔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공기 좋고 풍경이 맑으니 친환경 전시관이 아닌가. 우린 전시비용도 함께 들인 것이다. 행복하다. 정갈한 반찬은 한식으로 가득 차 있고 굉장히 훌륭한 한식이나 아직 외국인들에게는 'Korean Pizza'라고 밖에 소개하지 못하는 김치전(하루빨리 이를 외래어 표기법으로 전, 부침개'라고 불리기를 바란다) 재료를 손에 쥐어준다. 그럼 교정을 하는 나를 고려해 크거나 즐기지 않고 바삭하며 안은 촉촉한 부침개를 몇 장이나 부칠 수 있다.


주인장의 고집이, 나만큼이나 세 가마솥 뚜껑을 열게 되면 손목을 주걱으로 맞을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는 음식 앞에서 휴대폰을 하는 아빠를 노려본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난 지금 열라 행복한데?' 다른 것에서만큼은 큰 예의를 따지지 않는다. 그것 또한 유교에서 강압한 예의에서 고안되어 사람을 축소시키는 것일까 봐, 그러나 음식에 관한 예의라면 20대인 내가 50대인 아빠한테도 말할 수 있다. '절대, 식탁 앞에서 휴대폰을 보지 마! 음식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고.' 그렇게 눈빛에 담아 보낸다.


위의 사진에서 말 안 한게 잇다면 이곳은 대구가 아니라서 대구를 제외한 팔도를 다 찾아보셔야할지도 모른다. 이는 철저히 홍보용이 아니라 닭갈비 예찬을 위한 사진일 뿐이라는 것이다.

뚜껑이 열린다. 사장님께 매우 감사함에 인사를 하며 적극적이고 호의적인 제스처로 단숨에 먹어치운다. 첫 입은 매우 강렬하나 어느새 익숙해진 매운맛은 촉촉한 닭고기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이것은 한식의 과학이다. 양념의 맛을 기존의 식재료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게 하면서 그 식감까지 최대한 살리는, 단연 완벽한 음식이다. 거기에 한국인의 간식인 볶음밥으로 정점을 찍고 조상들의 지혜 숭늉까지 마시면 온 정기를 내 몸에 심은 느낌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아빠는 알까. 우리가 얼마나 큰 미식가가 되었는지. 우리는 양식 멍청이이나 한식 천재이다. 이렇게 완벽한 메뉴를 먹다니 말이다. 미슐랭이 왜 필요한가. 한식은 단연코 우리가 제일 잘 안다. 다음엔 숯불닭갈비다. 맞다. 우리는 한식에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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