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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은 Aug 14. 2020

거창하지 않은 우리가 거창해지기 위해서는,

니르 이얄, 『초집중』서평

프롤로그 :)

『초집중』에 대한 서평이 곧 물밀듯이 밀려올 것입니다. 그 좋은 서평들에는 책보다는 친숙한 경험으로 재해석하고 요약하며,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어려웠던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들을 믿고 조금 다르게 서평에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작품보다는 저자와 같은 선상에서 저자가 작품 뒤에 숨겨놓았던 인간상에 대한 비판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힘껏 내려쓴 서평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를 탈선시키는 심리적 불편을 발견하고 다스리는 현실적인 방법을 배운다.

                               『초집중』  p.24



자기 계발서인 이 책의 매력은 여러 계발서처럼 '라떼'의 역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주장과 설득에 사람들이 객관적일 것이라고 믿는 자료(연구-수년간 진행, 대학교수,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를 덧붙여 놓은 점이다. 물론 자신의 주장이나 근거에서 허점이 있을 것 같은 부분에는 독자보다 한 발 앞서 '꼬투리'를 잡아챈다. 2010년 이전, 대한민국에는 자기 계발서 붐이 일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그 열기가 폭삭 가라앉았다. 이제는 영웅이라고 칭했던 이로부터 나를 빗(대)는 게 아니라, 개인의 경험을 읽는 수준에서 그치고 공감을 표할 뿐, 타인으로부터 나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건, 개인주의자 시대에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꽤 오랜만에 만난 자기 계발서에 대한 두려움은 신경을 날카롭게 세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필자는 아마 50쪽이 넘는 순간부터 개인의 의견이나 어쭙잖은 문장에 비판이 아니라, 어떤 부분이 왜 잘 써졌고 이 부분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빠져버렸으니까. 그렇다고 이 책이 필자의 최애 책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자기 계발서 치고 재미있는 것이지 역시 제일 재미있는 건, 웹툰이나 만화책, 산문이나 문학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이유는 과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보를 주는 동시에 '지구(우주)에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 언젠가 잘못 행하고 생각하여 이제는 딱딱하게 굳은 것들과, 바뀌어서 잊고 있던 예전의 잘못된 점들을 다시금 끄집어내 비판하고 경계하게 한다는 점이다.




원하는 삶을 살려면 바른 행동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나쁜 행동을 피해야 한다.




이 책의 핵심이자 주요한 중심 문장이다. 사람들은 가끔 내가 하는 행동에 정당성이나 거창한 모험심을 불어넣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떻든 의도는 좋으니 나는 잘 못이 없다는 둥,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가져야 할 의문은 '좋은 의도로 행한 모든 것이 끝까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가'와 '그렇지 않다면 그 책임은 나에게 몇 % 가 있는가'. '정당한 이유는 바른 행동을 낳는가'?이다. 또한 '바른 행동을 한다고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가?'는 것도.




대학에서 연구를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행위는 선진 논문을 다양하고 넓게 보는 것이다. 그로부터 주장에 힘을 붙이거나 시대가 지나 현대에 맞지 않은 점을 꼬집고, 자신의 주장이 맞는다고 드러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게 '비교'인데, 자기 계발서인 이 책이 다른 계발서와 가지는 차이점은 '~하지 말아야 한다.', '~피해야 한다.'라는 문장 맺음을 다수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것인 중요한 점은 이 책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책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 중간중간 한 번씩 '아야!'할 정도로 따끔하게 혼난 일이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가 완급 조절을 해서 곧바로 딸의 얘기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독자의 호소에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주는 방법이나 정보가 자신에게 맞지 않다면, 필자는 이런 점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하고 싶다. '~해야 한다'라는 일방적으로 삶을 무례하게 바꾸려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왜?라는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문장이 옳든, 아니든, 잠시 멈춰 문장에 대한 사고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부정형 문장의 힘이다) 책 속의 '피해야 한다'라는 문장에서 반감을 느끼거나 위기감을 느낀다면, 집중력이 아니라 내가 잘못된 삶의 방식으로 살았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럼 그럴듯한 조 집 중에 대한 방안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자녀에게,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일들이 보일 것이다.





"항상 어른이 집중력을 대신 관리하니까 아이가 집중력에 대한 지배력을 포기해버리는 것일 수 있다"고 평했다. 바꿔 말하면  아이가 집중력에 대한 '지배력 상실'에 익숙해져 딴짓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수많은 아이가 교실에서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있다. 관심 분야를 자율적으로 탐색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집중』   p. 229-230




더불어 책에서는 가까운 사람뿐만 아니라 머나먼 타인에게 미치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일깨워준다. 다른 부분을 제치고서라도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6부이다. 아이가 온라인에 빠져 사는 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 원동력은 아니라고 하는 챕터,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준 부모는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 마냥 아이를 혼내고 스마트폰을 원망하며 앱 개발자의 '중독성'이라는 기능을 핑계로 대기 바쁘다. 이렇게 꼭 사람은 자신이 값을 지불하고 행한 일에 '아이의 안전'이라는 장점만 부각하려 하고 뒷일은 나로 인해 생긴 게 아니라는 듯 말한다. 그렇게 원망할 누군가를 찾더니 이제는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화살이 돌아간다. 얼굴도 모르는 앱 계발 자는 무슨 죄인가? 자신의 밥벌이를 하고 있는데 왜? 원망은 또 다른 원망을 낳는다는 옛말이 있다. 옛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말은 설득력이 있다. 핑계는 몸에 좋지 않으니까. 원망은 절대 사랑의 일종도 변형도 아니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그럼 하려던 말은 그만두고 책에 나온 대로 수습부터 해야지. 절대 내 잘못을 남에게로 돌리지 말고 사과해야지.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에이프릴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에이프릴의 이야기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에이프릴처럼 시간을 배정해야 하는 건 아니다.

                           『초집중』   p. 104




이다. 경험으로부터 오는 사례는 누군가 겪어봤다는 점에서 꽤 많은 사람들에게 점수를 딴다. 그럼에도 이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저자는 제시한다. 절대 강요하지 않고 지금 읽고 있는 이 책마저 경계하게 한다. 이 책이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책 안에 적혀있는 예시들이 꽤 좋아 보여서 시도해도 실패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에이프릴이 아니고 니르 이얄도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실패로부터 계획을 수정하는 일을 반복하고 그로 인해 나에게 맞는 작업을 찾는 과정을 연속하는 게 삶이라고. 그러니까 '실패'는 강연에서 할 만한 거창한 얘기가 아니고 그냥저냥 하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그래서 필자는 말한다. 이 책은 거창하지 않다. 거창하지 않고 모험심을 심어주지도 않고 목표가 될 수 없고 그냥 삶이고 일상이다. 그냥 부담 하나 가질 필요 없는 습관의 일부에 살짝 변화를 주고 생각을 바꿔보는 것. 물론 그런 것으로부터 남들이 말하는 대단한 결과물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초집중은 거창하지 않지만 삶의 집중을 초집중을 조금, 아주 조오~금 바꿔나간 나는 과연 무엇이 될까?





    


p. s  물론 자기 계발서로서의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 단점이다. 단점을 꼽으라면 끝도 없이 뽑을 수 있지만 우리는 이 책에서 좋은 영향을 받으려고 온 사람들이니 잘못된 부분을 찾고 비판하는 시각을 가지고 난 뒤에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서 자기가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기로 하자. 실제로 필자도 초집중의 꽤 쓸만한 방법(유혹이 오면 10분은 참기)은 받아들이고서는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인간상의 비판에 대한 대화를 나눴듯이. 이 책이 정말 좋은 책인지 아닌지는 평론가들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좋으면 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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