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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은 Aug 12. 2020

형상이 기운다

-사랑

애매한 사랑은 주지 않는 게 나을까.

만족할 사랑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면 제법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궁극점에 도달한 사랑과 사랑을 버린 사랑, 이름만 사랑.


사랑이라는 게 참 어려운 이유는,

궁극점이라 생각했던 사랑은

집착이고 스토커고 과하다는 욕을 들으며

사랑을 잃은 사랑은

버리는 거고 쓰레기라 욕을 듣는,,,

이럴 바에야 죽는 게 나을까.


아니야. 그럼 버리는 사랑이 될 테니.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게 나을지도.

하지만 나는 제법 만족할 만한 사랑을 받아서 그 세상의 이상하고 괴이한 이치에도 나는 사랑받아 좋다. 투정 부려도 속상한 일 있었냐고 받아주고 일 한다고 방에 콕 들어박혀 있어도 어디 아픈 건 아닌가 해서 피곤한데도 그렇게 하루 종일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수고했다는 말 듣지 못했음에도 또 눈치를 보며 방문을 두드리고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게 하필 예민한 그 순간이라 이 순간 제일 먼저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아는 나임에도 신경질을 내고 그들이 나를 바라보게 하는, 이런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이치와 감정에 덧붙일 게 반성과 미안한 마음이라는 게, 그러다 또 신경질을 내고 울다가 눈치를 보고, 가벼운 말 마디에 하루가 풀리고 사랑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주는, 그런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형상. 물방울이 중심으로 갈 수 없는 수평계의 형상,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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