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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은 Aug 17. 2020

동굴

괜히 만만한 게 하늘이라 찔러보았습니다

그렇다고 보이지도 않네요.


흐릿해진 눈망울에 

신호는 흔들리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닌 밤중에 불은 깜빡이고

사람들은 젖어들고 있습니다

미적지근한 바람일 줄 알았는데

꽤 느긋한 바람이 불어오네요.

한결 여유롭습니다


한길에 서있는 사내는 자신이 바보인 줄도 모르고 

간절히 손에 꽃을 쥐어들고 서있습니다

조금의 조급함이

화를 불러 세우면

애꿎은 부모는 눈물지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곳에 서있냐고

묻고 있습니다

시를 쓰는 것에는 끝이 없어서

어디서 멈출 수 있냐고 악을 불러보아도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얄궂은 토끼 하나

튀어나와 박쥐 마냥 째려보면

놀란 거북 마냥 등을 베개 삼아 넘어집니다.


부끄러워 헛기침을 하면

이번엔 저 녀석이 도망칩니다.


안 갔으면 좋겠어

그렇게 촛농이 또 한 방울 떨어집니다.

밤은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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