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의 손자 돌보기, 세상 엿보기]

-아기의 인식과 말솜씨

by 단파빵

'준이는 여행 누구와 갈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자!!'


오후 4시.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세 살 손자를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물어본다. 차 운전하는 할배가 손자에게 말을 더 시키려고 없는 말, 있는 말을 낚싯밥처럼 던지는 중이다. 말꼬리를 계속 이어가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실 할배와 손자 사이에 별 공통점도 없지 않은가. 그저 운전하고 집으로 가는 10여 분간 뒷좌석에 아기의자에 안전벨트로 묶여있는 손자와 말없이 운전하면서 앞만 보고 멀뚱하게 가는 게 머쓱해 말을 자꾸 시킨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간식으로 뭐 먹었어?' 하는 질문은 오늘만은 식상했기에. 답은 늘 과자, 떡 아니면 빵이기 십상 아니던가.


아무튼 아기에게 말을 시키면 좋다는 이야기를 어느 육아 책에선가 얼핏 읽었다. 그래서 계속 물어보기로 작정한다. 여행을 누구와 같이 가겠냐는 것이다.


'아니, 엄마 아빠랑 갈 거야'

'엥-----? ' 할배와 할매는 뒷전이고 아빠 엄마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을 단번에 드러낸다.


그럼 다시 한번 엮어서 제의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랑 같이 가자'


'그래. 아빠 엄마도 같이 데리고 가자.'

그럼---.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산으로 가자'

이런 순발력이라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이란 문장을 넣어 복문(複文)을 말하다니---. '산으로 가자, 할아버지가 산 좋아하잖아' 이 정도로 말해도 기특할 텐데 이를 복문으로 말한다. 그 정도로 아기의 말 실력이 요즘 부쩍 늘었다는 증거다.


요거 봐라! 집에서 거실 창으로 멀리 내다보이는 산을 가리키며 손자에게 '우리, 저기 산에 가자!!'라고 늘 재미 삼아 큰 소리로 외쳤다. 꼬마는 이걸 기억하는 거다. 그리고 산으로 아니면 바다로 양자택일을 묻는 질문에 대뜸 '할아버지가 좋아하는'이란 인식을 엮어 답변을 한다.


태어난 지 2돌 지나고 9개월, 즉 33개월 정도밖에 안된 아기는 이 정도로 언어 능력이 급진전하는 것이다. 설렁설렁 지나가는 하루 10여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질문에 따라 아기의 인식과 말솜씨를 가늠할 수 있다. 인간이란, 누구나 어린이까지도 이렇게 관심을 갖고 물어보면 어느 수준에선가 삶의 편린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