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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컴퓨터 가게를 하는 친구 덕분에 상당히 괜찮은 성능의 중고 노트북을 업자 가격으로 구매했다.
15.6인치의 이 새 노트북은 기존에 쓰던 것보다 훨씬 고사양에 유명 브랜드 제품인데다 상태까지 새것 같아서, 며칠간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던 중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원래 찾던 13인치 모델이 나왔는데 필요하냐"**는 프랜들리한 업자톤의 물음이었다.
마침 시간도 남아돌던 나는 다음 날 발 빠르게 달려갔고, 그 13인치 모델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가격에 준다기에 30초 정도 고민하다 낼름 사 오고 말았다.
15인치는 집에서 주로 쓰고, 13인치는 카페 등 외부에서 쓰겠다는 참으로 단순하고 어쩌면 가식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런데 또 며칠이 지나 생각해 보니,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노트북으로 가끔 글 몇 자 끄적이는 것 외엔 유튜브밖에 안 본다.
실제 작업 용도와 아무 상관도 없고 불편한 점도 없는데 나는 왜 이따위 행동을 했을까.
문득, 물건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난언제나싼거에약했다
#당근이있어다행이다
#아파트를두개사지않은것이얼마나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