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느껴지는 사소한 감정들
말 그대로 다시 혼자로 돌아오는데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간만의 사랑이라고 느낀 감정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 사건들을 통해서 그 무엇으로 변질되었는가보다. 그간의 행보를 글로 적을 수 없어서 이렇게 오늘은 적적한 마음 담아 글로 몇 자 적어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지는 줄 알았는데 오롯히 상처들은 마음속 그리고 가슴속에 점점 쌓여가고 있는 것 같다. 이별의 3단 펀치를 날릴수 있도록 여러가지 여건 및 상황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2년 넘는 시간이 짧지는 않았다. 매일 매일 하루하루 함께 살을 부딪히던 그 기간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멀쩡할 줄 알았던 내 마음에도 구멍이 생긴 것 처럼 공허한 상태가 며칠간 계속되었다. 혼자 술을 먹어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셔보기도 했다. 역시 술이 주는 위로는 딱 그날정도 인 것 같다. 그래도 저녁이 찾아오면 생각나는 이상한 친구이기도 하다.
빈대떡 집에서 혼자 전을 시키고 막걸리를 먹었다. 아무리 알코홀을 좋아해도 음식점에서 혼자 술을 먹는 것을 불편해하는 나는 아무래도 힘들었나보다. 인고의 시간을 훌훌 털어내고 사업과 사람에 집중해야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혼자 앉아있는 시간들을 좀 줄여보려고 한다.
39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많지는 않지만 이별을 종종 하면서 살아왔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이별후에 싸이월드에 글을 적고 그러한 글들을 곱씹어 보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는 블로그에 이별 감정들을 적어보았고 이제는 시간이 더 흘러서 브런치에 이별 감정들을 적고 있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냐만은 이번 헤어짐을 통하여 많은 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그쪽도 잘 지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연락을 할 순 없다. 이별이란게 그런 것 아니겠는가. 전화한통 혹은 말 한마디로 헤어짐을 선언하고 서로에게 연락이 닿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이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지 아닐까?
사업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흘러가는 시간들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매일 들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겠다. 하고 있는 것들을 잘 수행해나가고 새로운 재밌는 일들도 벌려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는 40을 향하여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부모님은 70을 향하여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주변 친구들은 자식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조카들은 이제 핸드폰을 가지고 다닐 나이가 되었다. 세상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타임랩스의 한 장면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기분이다. 이제는 놓았던 하모니카를 손에 들고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삶을 즐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물론 하는 일들의 디벨롭과 함께 말이다.
조바심내지 않고 일들의 순서를 정리하며 소개팅앱을 깔까 말까 고민하며 제주도에나 다녀와야겠다. 가을날씨 만끽하며 캠핑을 좀 다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제 올해도 4개월 남짓 남았다. 회사 매출의 압박을 견뎌내며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이 모든 것이 전진을 위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