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도 돌잔치도 할 수 없기에 개업파티라는 핑계로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개업은 딱 2달 전에 했다. 1인 창조기업이라는 걸죽한 이름을 갖다가 붙혀 놓았지만 사실은 혼자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모를 일이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으니 돌잔치를 할 수도 없고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그 동안의 지인들을 불러모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렇게 정확히 개업파티 2주 전에 개인 SNS에 파티를 공지했다. 그 동안 연락이 뜸했던 평생함께 할 것만 같던 시절의 친구부터 형 동생 누나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댓글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사람들을 오랜만에 불러 모을 수 있겠구나. 제물포역 근처 아주 분위기 좋은 LP바의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장소를 빌리기로 했다. 생각만해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파티라니.
멀리 있는 그 시절의 친구들이 하나 둘 연락이 닿았다. 평택에서 올라오고 안양에서 올라오고 오산에서 올라오고 다양한 지역의 지인들이 모였다. 사실은 개인적으로 파티를 한다고 연락한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20여명가량 모인 것 같다.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민어를 한 마리 크게 잡고, 용현시장에서 닭다리와 닭날개, 김밥, 족발 등을 바리바리 싸서 개업파티 장소에 음식을 쫙 깔았다. 이 모든 준비는 어머니의 따듯한 손길이 함께 했다. 고생만 하시고 어머니는 손님들이 몰려 올 시간에 퇴장하셨지만 말이다. 그렇게 파티는 시작되었다.
이리 다시 보아도 그 날의 뜨거웠던 분위기는 영원할 것만 같다. 보잘 것 없는 작은 광고회사의 탄생을 축하해주러 와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셨던 분들중 광고가 필요하시다면 꽁으로 해드릴 용의가 상당히 있습니다.
준비를 깨알같이 하면서 보통 일이 아니구나를 몇 십번 곱씹으면서 이러한 행사는 왜 자주하지 않는지 그제서야 알게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준비하고 파티시작과 함께 블랙아웃. 잊지 못할 영감쓰의 개업파티였다. 어려워도 힘들어도 외로워도 사람들은 만나야 답이지 싶다.
파티를 무사히도 즐겁게 마쳤다. 다음날 다시 루틴으로 돌아간다. 어제의 즐거움이 너무나 컸던 것인지 오늘의 일상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제 나는 꿈을 꾸었나 싶고 그 많은 반가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체력이 별로였나 보다. 서로가 네트워킹이라는 이름으로 친해지길 바랬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니었던 사람도 있어 보였다. 파티가 끝난 후 공허한 마음은 하늘만 계속 바라보게 한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시간이 좀 필요한 듯해 보인다. 하늘을 좀 더 바라보고 한 숨을 깊게 내쉬면서 연초를 꺼내 물며 일상에 익숙해지려 노력중이다. 다음 파티는 어마어마한 거래처와의 계약 성사로 인한 축배 파티가 되었으면 하는 조심스레 가져보며 다시 한번 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