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성명

고정관념에 갇힌 나의 괴로움

by 브뤼헤

오늘도 있었던 일이고 지난 날들에도 여러번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아이 어린이집 원장님이 물어보셨다.

“ㅇㅇ 어머니는 직장은 쉬고 있나요?”

대충 뭐 하는지 밝히게 되는 질문이고,

또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병원에서 ㅇㅇ로 일했는데 이제는 일 쉬고 있어요.”

원장님은

“남편은 병원에서 일할 때 (병원에서) 만난 거예요?”

“네 병원에서 일할 때(그냥 병원에서 일하는 시기에) 만났어요.”

ㅋㅋ 원장님과 나는 괄호 속의 말을 하지 않고 서로의 머릿속에 오해의 산을 쌓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원장님은 남편이 병원에서 급여가 가장 높은 직군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다른 날 원장님이 이렇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 물어보기 전 아이와 어린이집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 놀고 있네~”

그러시기에

“아.. 남편이 오늘 재택근무 해서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원장님이 의아해하신다.

“재택근무가 되는?”

이때 비로소 이해가 되었지

이게 클리셰구나 내가 병원에서 일했고 내 직업을 들으면 남편은 ㅇㅇ또는 ㅇㅇ겠구나 하고 생각한다는 걸


그래서 몇 번 민망한 적도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찰나의 눈빛을 읽는 고도의 예민한 능력을 발휘할 때도 있는 사람으로서.. 내 직업을 들으면

사람들이 남편은 으레 ㅇㅇ거나 ㅇㅇ라고 생각한다는 게 클리셰라는 걸

적어도 사업을 한다거나

그러니깐 다시 ㅇ까놓고 말하면

나보다 돈도 많이 버는 전문직일 거라는 예상을 적어도 같은 전문직일 거라는

그게 아니라면 어쨌든 범상치는 않을 거라는 것..

애도 둘 낳고 자가로 사니.. 게다가 일도 하고 있는 거 같지 않으니 더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다


그런 클리셰글 깨줄 때마다

뭐랄까?

나는 사실 내 직업을 말하기가 싫다

내가 마치 당연히 이래야 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패배자 같아서

그리고 수많은 물음들에 대한(나보다 직업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사람을 만나 것에 대한 의문들) 답을 내가 갖고 있어야만 할 거 같아서

하다 못해 시댁에 빵빵하다든가 나를 떠받들어 주는 남편이라든가 말이다

아니면 친정이 짱짱해서 남편 직업 따위는 나의 사회적 지위에 아무 영향도 안 미친다든가


뭔가 클리셰에 반하는 의문들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갖고 있어야 할 거 같고

그래야만 내 매력이 유지될 거 같고

사람들이 내 가까이 있을 거 같으니깐


난 말주변도 없고

무리에 끼지 못했을 때 아우팅 당했을 때

툭툭 털고 일어나지 못하는 소심함을 갖고 있어서 더 그런 거 같다


그들의 기대를 내가 채워 주고 나도 무리에 끼고 싶은데.. 나는 그 클리셰에 반하는 순간 어떤 매력으로 사람을 끌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결론은 모르겠습니다.

내 포지셔닝도 모르겠습니다.

포지셔닝이 애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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