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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ug 12. 2023

두려움과 함께 가자.

나를 성장하게 하는 힘: 불안


일주일 동안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직무연수에 참여했다. 특수교사 수업 전문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하철을 두 번 환승하여 가야 했고, 방학이지만 이미 지쳐있는 데다가 요즘 교직 분위기에 침울해져 있었기에 자발적으로 신청했음에도 너무 가기 싫었다.


5일간 연수를 들으며 내가 왜 이걸 신청했을까? 생각해 봤다. 나는 작년 2학기 복직 때부터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연수들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신청했다. 행동 중재 연수, 저경력 교사 연수(휴직 기간 끼워 넣어 겨우 저경력 교사되기 성공) 그리고 수업 전문성 연수까지.. 원격연수 사이트도 기웃기웃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를 뛰어나와야 겨우 연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료 선생님들은 나에게 부지런하다, 열정적이다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부지런한 것과 열정과는 별개로 나를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누가 나에게 교직경력 얼마나 되세요?라고 물으면 참 난감하다. 교직에 들어온 지 올해로 10년째이지만 그렇다고 내 경력이 10년은 아닌 것이 그 10년 사이에 기간제 교사,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임용 합격 및 신규 발령, 육아휴직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5년 가까이 되는 기간제 교사 시기에는 분명 그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 말할 수 있지만, 내 삶의 또 다른 과업(임용시험)이 있었기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기도 했다. 거기다 고용의 불안정성에서 오는 불안과 무기력 또한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교사로서의 성장보다는 하루와 한 달, 한 학기 그리고 일 년의 과제를 처리하는데 급급했다.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임신, 출산, 육아를 위해 학교를 떠났다. 안심이 되면서도 불안했다. 난 지금은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시험 준비도 학교 근무도 벗어날 수 있어 좋았지만, 아이가 크고 나면..? 에 늘 걱정이 되었다. 남편도 같은 일을 하기에 학교 이야기에서 벗어나진 않았지만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대감보단 두려움이 더 컸다.


그런 불안이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나를 다시 책상 앞으로 이끌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 동안은 집중해서 공부를 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했고, 합격을 했고 발령을 받았다.


문제는 내가 신규교사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나를 신규교사가 아닌 중간관리자 역할을 주었다는 것이다. 나와 같이 신규 발령받아온 어린 선생님들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공문을 한 번이라도 써 본 나에게 어떠한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힘들었다.  그러다 임신을 했고, 육아휴직을 했다. 그렇게 학교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10년 동안 교사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나의 상황은 계속 바뀌어 갔다. 그러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쳤다. 그 사이 여러 가지 기회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 기회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나는 그것에 관심이 없었고 게을렀고 지쳐있었다. 그리고 기회를 알아차렸음에도 무시했다.


다시 학교에 왔는데 상황은 비슷했다. 나와 함께 발령받은 동기 선생님들은 어느새 4년 차가 되었으나 여전히 나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있었다. 상황이 비슷한 것만큼이나 나 역시 비슷했기에 두려웠고 불안했다. 내 속은 비어있고 여전히 아는 것은 없는데 어떤 말로 나를 포장해야 하나, 포장지가 벗겨진 후의 나를 들킬까 무서웠다. 내 생활의 포커스를 교사로서의 성장에만 맞추기에는 가정에서의 내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었기에 더 조급해져 갔다. 그러다 찾아 나선 것이 연수였던 것이다. 수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5일간의 연수를 통해 막연하게나마 해결책을 생각해 보게 되었고, 계획적인 나의 성향을 이용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만들어볼까 한다. 이 일을 1,2년 할 것이 아니니 10년이 이미 지나버렸다지만 늦은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두려움과 불안감이 날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날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되게 해 주었으니 항상 나쁘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나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안에서 나타나는 두려움과 불안은 이제 인정하고 그것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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