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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Sep 02. 2023

모여라 검은 점

마지막이길 바란다.

덥고 더운 나날들이 지나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공기가 감돌고

어느새 9월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검은 점들은

토요일마다 모여

선을 만들고 면을 만들어 간다.

그 면 안에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지난 주까지 세 번의 집회에 다녀올 때마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손이 덜덜 떨렸다.


그렇게 또 전체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교장, 교감님도 수신자에 포함했다.


다음날엔 학교를 곧 떠나시는

교장님의 송별회가 있었다.

나에게 술 한 잔 따라주시며

메시지 잘 봤다.

취지와 방법에는 공감하나

지금까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더라 ..

라는 말을 남기셨다.


따라주시는 술을

꿀꺽 삼키는 일 말고는

 그 자리에서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은 많았지만

더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퇴직이 한참- 남았으니

이대로 있으면 더 안 되겠다.

내가 사랑하는 학교를 지켜야겠다.


그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 자리에 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부조리를 보았고

괴리감을 느꼈을까.

그러면서도 불쌍하고 안쓰럽다.

바꿀 용기 하나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


나중에

내가 후배 선생님께

술 한 잔 따라주며

라떼는~~ 이랬어-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여의도에 도착한 검은 점,

검은 물결 속으로 들어왔다.


출장 가는 남편을 대신해

아이들 돌봐주는 언니 형부 감사

동생들이랑 신나게 놀아줄 조카들 감사


내 메시지에 응답해준 학교 동료들에게 감사

전국에서 버스 타고 비행기 타고 서울로 와

검은 물결 속으로 들어온 검은 점 동료들에게 감사.


모든 구역이 마감되어

여의도공원에 앉았다.


제발

들어라!

이 소리들이

안 들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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