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다. 카카오톡의 페이스톡이 활성화되기 전에 나는 안드로이드용 휴대폰을 썼고, 남편은 아이폰을 썼다. 연애를 할 때 남편 얼굴을 보고 싶어도 영상통화를 할 방법이 없어 나는 페이스타임 오직 그 기능 하나만 보고 아이폰을 구입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호갱 인증하며... 트루 러브를 위해...
페이스타임은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영상통화 기능이다. 그것으로 나는 연애 때 일주일 중 거의 7일을 만났던 남자친구와 지겹도록 얼굴을 보며 전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기능은 얼굴을 보고 전화를 하기 위해 휴대폰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
보통 영상통화가 걸려오면 서로의 얼굴이 보이게 한다. 그게 주된 기능이니까.
하지만 내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는 다르다. 그의 얼굴 대신 그의 앞에 있는 무언가가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이 앞에 뭐라고 쓰여있어?" "000이 어디에 있어?" "0000이 떨어졌는데 보여?" 등등. 그렇게 나는 그의 길도 찾아주고, 목적지도 알아봐 주고, 앞에 쓰여있는 글자도 읽어준다. 나의 아이폰은 그것만으로 소임을 다했다.
그러다 아이폰의 기능에 영 적응하지 못했던 나는 페이스톡이 생겨난 뒤에 결국 다시 안드로이드 휴대폰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페이스타임 대신 페이스톡으로 열심히 나는 그의 눈이 되어준다.
그날도 그랬다. 전화를 받으니 베란다 바닥 타일이 보였다. 행거를 주문해서 설치하려고(이것도 할 말이 많으니 다음에 써보겠다) 뜯다가 부속품 하나가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아무리 더듬어봐도 모르겠다는 것. 왼쪽을 비춰줘. 아래로 숙여봐, 오른쪽에 상자 들어봐- 등등의 몇 가지 주문을 하다 "어어어 잠깐!!!! 오른쪽 두시 방향!!" 그곳에서 그가 그토록 더듬어 찾던 것을 드디어 찾았다.
어이~ 눈이 보배야~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본채로.